'방역지원금'으로 둔갑시킨 '전 국민 지원금', 황당하다

입력
2021.11.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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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선 후보가 요구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올해 초과 세수분을 납부 유예하는 방식으로 내년 초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예산 10조 원 증액을 요구했다. 문패도 ‘위드 코로나 방역지원금’으로, 다시 하루 만에 ‘일상회복 방역지원금’으로 바꿔 달았다. 국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의 당선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꼼수와 눈속임까지 총동원하고 나선 모양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0일 “소득세 납부를 내년으로 넘겨 이를 재원으로 국민에게 20만~25만 원의 방역지원금을 지급하는 게 필요하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당초 올해 초과 세수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다가 국가재정법상 막히자 세금 납부 유예라는 전례 없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그러나 국세징수법에 따르면 세금 유예는 체납자가 분납을 약속하거나 재해 및 재난 등 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이마저도 체납자가 먼저 신청해야 한다. 국민들이 납부를 유예해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과세권자도 아닌 여당이 나서 올해 낼 세금을 내년에 내라고 하는 건 황당한 일이다. 오죽하면 홍남기 부총리마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라고 했겠는가.

민주당은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큰 만큼 세금 납부를 연장해야 한다는 명분을 들었지만 이 또한 앞뒤가 안 맞는다. 집합금지와 영업제한으로 장사를 못한 자영업자들은 방역의 최대 피해자다. 여유가 있다면 전 국민에게 뿌릴 게 아니라 이들을 두껍게 지원하는 게 우선이다. 손실보상이 시작됐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크고 2, 3차 피해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코로나19 중환자 증가에 따라 한계에 달한 공공의료 및 보건 인력을 늘리는 일도 시급하다. 국가 빚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국민 세금은 여당과 대선 후보가 마음대로 분식해 선심 쓰듯 뿌릴 수 있는 쌈짓돈이 아니다. 이 후보는 ‘고무신 사 주고 막걸리 주면 찍던 시대’가 아니라고 했지만 여권의 행태는 ‘그래도 돈을 받으면 찍어 줄 것’이란 속내를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