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핏하면 병사들 때리고 욕하고는 "장난"… 인권위, 육군 간부 징계 권고

입력
2021.11.10 16:50
부하 행정병 상대로 상습적으로 가혹행위
인권위 "오랜 기간 반복된 만큼 고의로 봐야"
중대장엔 "피해사병 보호 책임" 서면경고 권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육군 간부가 행정병들에게 지속적으로 폭언 및 폭행을 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사단장에게 해당 간부를 징계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날 육군 모 부대 소속 행정병 3명이 부대 간부들을 상대로 제기한 진정 사건을 조사한 결과 인권 침해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피진정인 가운데 행정보급관 A원사를 징계하라고 사단장에게 권고했다. B하사에겐 주의, 중대장 C대위에겐 서면경고를 각각 권고했다.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A원사는 올해 6월 11일 소초 근무에 적응하지 못하고 행정병으로 온 진정인을 지칭하며 "저 xx는 복무기피 끼가 보여서 내가 사람 xx로 만들려고 데려왔다. 못하면 소초로 도로 쫓아내겠다"며 모욕성 발언을 했다. A원사는 다른 행정병들에게도 수시로 욕설과 폭언을 했고, 물건을 던지거나 주먹으로 때리기를 반복했다. 백신을 맞은 행정병의 접종 부위를 가격하는 일도 있었다.

A원사는 인권위 조사에서 "평소 욕하는 습관이 있고 행정병들은 장난으로 가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A원사의 언행이 구타, 폭언, 가혹행위 등을 원천 금지한 군인복무기본법 위반일뿐더러, 폭언과 폭행이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이뤄진 점에 비춰 고의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A원사는 병사들의 고충사항을 듣기 위해 매주 시행하도록 돼 있는 '마음의 소리' 설문조사를 거르기도 했다.

B하사는 휴가를 다녀오면 2주간 자가격리를 하도록 한 육군본부 지침을 어기고 휴가에서 복귀한 행정병에게 창고 정리 등 업무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C중대장은 '마음의 소리' 제도가 잘 운영되는지 확인하고 적시에 조치를 취해야 할 임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정인은 "모든 부대 간부들이 행정보급관의 비위를 알고도 피해자들을 보호해주지 않았다"고 인권위 진정 이유를 밝혔다.

B하사는 방역지침 위반 이유에 대해 "피해 행정병과 평소 친한 사이였고 그가 백신접종 완료자라 업무 지시를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C중대장은 "업무 특성상 외곽 초소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피해 병사들의 고충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인권위는 "단순히 몰랐다는 변명은 책임을 면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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