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은 정부와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어렵습니다. 국민 모두가 동참해야만 이룰 수 있는 목표입니다. 기후위기의 당사자인 미래세대와 기성세대가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했던 기조연설의 한 대목입니다. 탄소중립이 자라나는 미래세대를 위한 것임을 강조하며 이들과 '함께'해야 함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환경문제에서 미래세대는 빠질 수 없는 주체 중 하나입니다. 지금 우리가 손을 놓아버리면 당장 미래세대는 환경을 되돌릴 기회조차 갖지 못할 수 있습니다. 또 우리가 잘 유지·보전한다 해도 미래세대가 환경을 방치해버리면 도루묵이지요. 미래세대와 기성세대가 손을 맞잡고 함께 방향을 설정하고, 실행해나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정작 미래세대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친환경적인 삶이 무엇인지 알려줄 체계적인 교육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환경교과는 6차 교육과정(1992~1997년) 때 처음 도입됐고, 현재는 중·고등학교 범교과 학습주제에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입시 위주 교육환경에서 이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범교과 학습주제 중 안전교육, 성교육, 보건교육, 통일교육 등은 관련 법에 따라 반드시 실시해야 하지만, 환경교육은 그저 학교의 선택일 뿐입니다. 환경교육 선택률은 2007년 20.6%에서 2019년 5.6%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13%대로 그나마 올라온 수준입니다.
최근의 선택률 반등도 마냥 반가운 건 아닙니다. 그간 환경과목 선택률이 낮다 보니 학교들은 환경교사를 별도로 선발하기보다, 다른 교과목 교사에게 환경과목을 맡겨왔습니다. 실제 2009년 이후 환경과목 선택학교 중 79%에서는 이런 교사들이 환경수업을 진행했습니다. 환경이 중요하다니까 선택학교가 최근 급격히 늘긴 했는데, 당장 환경교사를 구할 수 없으니 학교마다 끙끙 앓을 수밖에요.
현재 전국 중·고등학교에서 환경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는 총 111명입니다. 전체 중·고등학교 교원 대비 0.04% 수준이죠. 이 중 환경교원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은 42명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지난해 7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기후위기 환경재난시대 학교환경교육 비상선언'을 내세우면서 7명 늘어난 숫자입니다. 2009년부터 2020년까지, 10여 년 동안 환경교사 신규 임용이 아예 없었습니다. 환경교사들이 스스로 '멸종위기종'이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교사를 하려는 이들 전반에 대해 환경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뜩지 않습니다. 교원자격 이수과목에 학교폭력예방, 응급처치 및 심폐소생술 등은 있지만 환경교육은 없습니다. 정부가 올해 각 대학에 교원양성 교육과정에다 환경교육을 반영토록 했지만 '권고'일 뿐입니다.
환경문제는 좁은 의미의 환경오염이나 과학적 이슈로 다루기 어렵습니다. 이 경우 도리어 국가나 전문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생각하게 돼 자연스레 개개인의 삶과 일정한 거리를 두게 될 수 있습니다. 대신 국영수만큼이나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죠. 학생들이 사용하는 물건의 생산, 유통, 소비, 순환, 폐기 사이클을 알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 왜 기후변화가 발생하고,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삶은 무엇인지까지, 단계적으로 배워야 합니다.
환경교육에 대한 요구 및 필요성도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2019년 환경교육인식조사에서 고등학생이 주당 2.2시간 이상의 환경수업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8년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5%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근본적이고 필요한 노력으로 '환경교육의 확대'를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해외에선 환경교육이 일종의 의무입니다. 스코틀랜드는 학교 내 환경교육을 의무화했습니다. 이탈리아도 기후변화 교육을 주 33시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만은 학교뿐 아니라 공무원들도 연 4시간 이상의 환경교육을 반드시 받도록 했습니다. 그밖에 일본, 중국, 미국, 캐나다, 호주는 교육과정에 환경교육을 통합해뒀습니다.
우리나라도 뒤늦게 따라가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환경교육을 강화하는 환경교육진흥법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거든요. 환경교과 자체를 의무화하기보다는 모든 과목에서 환경을 가르치는 통합교육 형태를 택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과목을 의무화하면 다른 과목 비중을 줄이거나 빼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인데, 좀 인색한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