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국가정보원에 의해 불법사찰을 당했다며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측이 첫 재판에서 “국정원의 반헌법적 불법행위로 인해 인간 존엄성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 측 대리인은 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4단독 김진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첫 변론에서 이 같이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지난 6월 “국정원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지속적인 불법사찰을 하고 소위 ‘심리전’ 이름으로 광범위한 여론공작을 펼쳤다”며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2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조 전 장관 측은 “국정원은 오랜 기간 원고(조국 전 장관)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을 했고, 관련 자료를 보면 국정원장 지시에 따른 사찰임을 알 수 있다”며 “국정원법 위반이고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찰로 인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고 인간 존엄성과 행복 추구권 등 일반적인 기본권도 침해 당했다”고 주장했다.
국가 측은 “사찰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국가의 불법행위와 원고의 정신적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사찰 내용이 대부분 일반에게 알려져 있는 내용이라 문제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08~2013년 이뤄진 사찰은 소송 제기 당시 이미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최대 5년)가 지났다는 주장도 폈다.
조 전 장관 측은 소멸시효 만료 주장에 대해 “국정농단 사태와 국정원의 불법 정치 개입에 대해 적극적 수사와 여론 형성 이전에는 원고가 이 사건 실체를 전혀 알 수 없었다”면서 소송 청구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 항변했다. 조 전 장관은 올해 5월 국정원을 상대로 사찰정보 공개를 청구해 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정보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국정원은 조 전 장관을 ‘종북세력’ ‘종북좌파’ ‘교수라는 양의 탈을 쓰고 체제 변혁을 노력하는 대한민국의 늑대’ ‘대한민국의 적’이라고 규정하며 여론 공작과 정보 수집을 한 내용이 담겼다.
재판부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인정되고, 불법사찰에 따른 정신적 손해배상 인정은 법리상 허용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 "손해배상 소멸시효가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변론은 12월20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