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지는 산란계에 가혹… 고유습성 보장토록 환경 개선해야"

입력
2021.11.06 11:00
'애니청원' 공감에 답합니다

편집자주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 못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시작합니다.


"A4용지보다 좁은 공간… 산란계 사육환경 개선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보도(10월 29일)한 '애니청원'에 한국일보닷컴과 포털사이트를 통해 공감해주신 분이 200명에 달했습니다. 이에 더해 산란계 사육환경 개선 캠페인을 벌여온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가 해당 청원을 공유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에 1,650여 명이 공감해주셨습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에 산란계 동물복지농장 확대를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또 송창선 건국대 수의대 교수채일택 동물자유연대(동자연) 정책팀장에게는 각각 철창 케이지(닭을 가두어 사육하는 철망으로 된 우리)를 겹겹이 쌓아 올린 구조물에 동물을 사육하는 방식인 '배터리케이지'가 산란계에 미치는 영향과 배터리케이지의 문제점 등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산란계 농가가 동물복지 농장으로 전환하고 싶어도 투자비용, 부지확보 등 어려움이 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지원대책이 있나요.

"농식품부는 지난해부터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을 위한 컨설팅을 지원해오고 있습니다. 올해도 국비와 지자체의 지원을 더해 50여 농가의 컨설팅을 지원했고, 동물복지 인증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투자비용, 부지확보 등 지원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아직 이와 관련한 지원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농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 관계자)

- A4용지(0.6㎡)만 한 공간만을 제공하는 배터리케이지가 산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닭을 케이지에 가두는 것 자체가 답답한 일입니다. 닭은 자유롭게 먹이 활동을 하고, 높은 데 올라가고, 모래 목욕을 하는 습성이 있는데 이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배터리케이지가 너무 가혹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2018년 7월부터 국내 산란계 최소 사육 기준은 마리당 0.05㎡에서 0.075㎡로 확대됐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닭의 습성을 충족시키기는 어려운 수준입니다. 사육 밀도를 더 낮춰야 하는 건 분명합니다." (이하 송창선 건대 수의대 교수)

-국내는 아직 동물복지농장 수가 적은데요, 해외에선 동물복지농장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요.

"동물복지농장이 동물 복지차원에선 좋지만 단위면적당 마리 수를 줄여야 하고,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독일 등 유럽에선 배터리케이지와 동물복지 농장의 중간 형태인 다단식 평사사육(Aviary) 방식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케이지에서 키우되 문을 열어놓는 형태로 케이지에서는 알을 낳게 하고, 케이지 밖에서는 모래목욕을 하거나 횃대에 올라갈 수 있도록 구성한 겁니다. 닭의 복지와 경제성을 고려한 중간 단계 방식의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2018년부터 마리당 사육공간을 0.075㎡로 확대했는데 의미가 있을까요.

"닭이 날개를 펼치려면 최소한 0.065㎡, 날갯짓을 하려면 0.198㎡가 필요합니다. 0.05㎡보다야 낫지만 크게 차이가 난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결국 케이지 안에서만 있는 것이라 감금 스트레스를 해소하긴 어렵다고 봅니다. 때문에 방사사육 또는 케이지에 가두지 않는 실내사육을 하는 '케이지 프리' 달걀을 소비할 것을 기업과 소비자에게 권장하고 있습니다."(이하 채일택 동자연 정책팀장)

-소비자들은 동물복지농장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가격이 인상된다는 데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요.

"실제 달걀은 가격민감도가 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동자연이 올해 2월 1개월 내 달걀 구매 경험이 있는 시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케이지프리 인식조사'를 했는데요. 소비자들이 제시한 동물복지달걀 적정가격은 일반란의 1.32배로, 현재 시장가인 1.8배와 괴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의 사례를 보면 2012년부터 산란계의 배터리케이지 사육을 금지하고 있는데, 그곳에서도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동물복지를 위해 효율성만을 따져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에 더해 지금보다 동물복지 농장이 더욱 확산되면 생산단가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맥도날드를 대상으로 케이지프리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는데 이유가 있나요.

“맥도날드는 이미 2018년 미국 본사에서 '케이지프리'를 선언했고, 여기에는 한국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맥도날드는 2025년까지 케이지프리 달걀을 사용하겠다고 했지만 매장에서 사용하는 달걀에만 적용한다고 합니다. 한국맥도날드가 외부에 주문해서 만드는 빵 등은 케이지프리 달걀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때문에 미국 본사가 약속한 대로 케이지프리를 이행하라는 요구이고요. 산란계 케이지 종식을 위한 국제 연대체인 OWA, 아시아 지역 동물권 단체인 AKF, 플래닛포올(Planet for All)과 연대를 이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