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주장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정부가 “장시간 토론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지역화폐 지원에 대해서도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다.
이 후보는 대구를 찾아 “제가 말했다고 다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초과 세수는 고통받는 국민을 위해 최대한 쓰였으면 한다”고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보편적 재난지원금 확대가 필요하다는 강득구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 문제는 여기에서 결론을 낼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장시간 토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강 의원이 사각지대 문제, 행정비용 등을 들어 선별보다 보편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자, 김 총리는 “지난해 전 국민 지급 이후 너무 많은 소모를 치렀다”며 “과연 이게 옳은 방식이냐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전 국민 대상 1차 재난지원금을 언급하며 국회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김 총리는 지난 3일 CBS 라디오에서 이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주장에 “현재로서는 당장 재정 여력이 없다”며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막 뒤지면 돈이 나오는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고도 말한 바 있다.
이날 이와 관련해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이 질의를 하자 김 총리는 “내년 예산을 논의하면서 이 문제를 결정하면 몰라도, 지금 당장은 할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예산과 법은 국회가 쥐고 있으므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결정될 일”이라고 설명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맞춤형 지원이 더 효과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10월 27일 시작된 손실보상이 우선이고,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면 손실보상에서 빠진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며 “여러 여건을 보면 전 국민보다는 필요한 계층을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이 “일부 지자체가 (국민 88%를 대상으로 한 지원금에 더해) 자체 지원금을 지급한 것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중앙에서 ‘80%+알파’로 지급하기로 했기 때문에, 지자체도 중앙부처를 존중해줬으면 한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지역화폐 예산 증액과 관련한 여당 의원의 질의에도 정부는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강득구 의원이 “지역 균형발전과 소상공인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고 말하자, 김 총리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전국이 다 같이 해버리니까 많이 쓰는 사람에게 혜택이 더 크게 가는 역진적 현상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후보는 이날 정부의 신중론을 의식한 듯 “제가 특별한 권한이 있는 사람도 아닌데 제가 말했다고 다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발 물러섰다. 다만 그는 “초과 세수는 국민의 고통 위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고통받는 국민을 위해 최대한 쓰였으면 한다”며 “결국 국민의 뜻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결위에서도 신정훈 민주당 의원이 “모든 국민이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포기하고 방역에 참여하면서 이뤄낸 성과”라며 이 후보의 주장을 뒷받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