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선출됐다. 윤 전 총장은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합산 결과 47.85%를 얻어서 41.50%를 얻은 홍준표 의원을 눌렀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젊은 층으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국민의힘이 결선투표를 했다면 홍준표 의원이 후보가 됐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겠지만 이런 논의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윤석열 전 총장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사람은 다름 아닌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 덕분에 검찰총장이 됐던 사람이 별안간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로 부상하고 결국 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됐으니 이런 경우는 전무후무할 것이다. 홍준표 의원은 윤석열 전 총장의 연이은 실수와 가족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였지만 당내 조직을 장악한 윤석열 세력을 이기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몇 년 동안에 걸쳐 입당 러시가 있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황교안 전 총리가 당 대표로 선출됐을 때엔 60대 이상의 노년층이 대거 입당했다. 금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젊은 층이 많이 입당했고, 이번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또 한차례 당원 가입 러시가 있었다. 금년에 입당한 젊은 층 덕분에 홍준표 의원이 뒤늦게 선전했지만, 윤석열을 지지한 당내 조직 세력과 노년층을 이기지는 못했다.
여하튼 이렇게 해서 민주당은 이재명 전 지사가, 그리고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총장이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본인과 그 주변이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두 사람이 대선 본선까지 갈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서 이재명 전 지사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는 예사롭지 않다. 마찬가지로 윤석열 전 총장이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고발 사주 사건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와 오래된 몇몇 사안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예사롭지 않다. 양당의 대통령 후보가 모두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이런 상황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통상적인 당내 경선이라면 이런 논란이 없는 후보가 승리해야 정상적일 것이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가 이재명 전 지사와 윤석열 전 총장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찰해 볼 필요는 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해 검찰은 무리하게 불기소 결정을 했지만 그 사안은 결국 법의 심판을 받았음을 감안한다면 양당 후보를 둘러싼 여러 문제에 대한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당내 절차를 거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사람을 검찰과 공수처가 과연 기소할 수 있겠냐 하는 문제가 있으나 결과는 예단할 수 없다.
내년 대선이 이재명 대 윤석열로 치러진다면 선거는 낯뜨거운 인신공격과 무차별한 의혹 제기가 난무하는 역대급 네거티브 선거가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로 인해 정권 교체 욕구가 높기 때문에 야당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지만, 여당이 국회에서 압도적인 다수 의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선 후의 정국은 혼돈 속으로 빠져 들지 않을까 한다.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는 문재인 정권 인사들을 단죄해 줄 것으로 기대하는 심리가 커서 국민통합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대통령 선거를 중심으로 하는 극단적인 정치가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위험 요소임을 다시 한번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