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기에 5000만원 줬다는 정영학에 발끈한 남욱... "2억원 줬잖아"

입력
2021.11.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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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유한기 전 본부장 뇌물수수 관련 수사
정영학 애초 조사에서 "5000만원 줘" 진술
남욱, 대질조사에서 "2억원 준 게 맞다" 반박
정영학 검찰에 "죄송하다" 앞선 진술 번복
'수사 협조' 정영학에 대립각 세우는 모습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유한기(61)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에게 금품을 건넨 것으로 의심받는 정영학(53) 회계사와 남욱(48) 변호사가 대질 과정에서 액수를 두고 날 선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팀' 내에서 유일하게 구속영장 청구 대상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정 회계사를 중심으로 한솥밥을 먹던 옛 동지들의 대립이 수사 과정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최근 유한기 전 본부장이 대장동팀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 조사를 위해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수사 도우미 역할을 해온 정 회계사로부터 "유 전 본부장에게 2013년 중반쯤 5,000만 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이미 확보한 상태였다.

사달은 정 회계사와 함께 금품 전달자로 지목된 남 변호사와의 대질 조사에서 벌어졌다. 검찰이 정 회계사의 5,000만원 공여 진술을 공개하자, 남 변호사가 곧바로 "유 전 본부장에게 2억 원을 준 게 맞지 않냐"고 맞받아친 것이다. 남 변호사의 돌발 발언에, 정 회계사는 동석한 검찰 관계자에게 "죄송하다"며 사과했다고 한다.

대질 조사 과정에선 정 회계사와 나머지 '대장동팀'이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대립과 공방 구도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특히 김만배씨의 경우 자신과 나눈 대화를 수시로 녹음하고, 이를 검찰에 자진해서 제출하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정 회계사에 대한 반감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한때 돈으로 똘똘 뭉쳤던 대장동팀이 지금은 서로 더 물어뜯으려고 안달"이라며 "유 전 본부장 뇌물 의혹과 관련해 정 회계사 진술에 남 변호사가 맞받아친 장면도 이런 점을 잘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로부터 유 전 본부장에게로 전해진 정확한 금품액수와 전달 방식, 시점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 유 전 본부장 뇌물수수 의혹은 지난달 28일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공익 제보에 의하면 김만배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2015년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수억 원을 건넨 사실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유 전 본부장은 "김씨와는 일면식도 없고 연락처도 전혀 모르는 사이고, 당연히 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부인했다.

이상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