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KT의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의혹 사건과 관련해 4일 구현모 KT 대표를 약식기소하고 황창규 전 KT 회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지 4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유경필)와 형사14부(부장 김지완)는 이날 KT의 옛 대관담당 임원 4명과 KT 법인을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구 대표를 비롯해 명의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범행에 가담한 임원 10명은 약식기소했다. 다만 당시 KT 수장이었던 황 전 회장은 공모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워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
검찰에 따르면 맹모 전 KT 사장(사건 당시 대관 담당 임원)을 비롯해 재판에 넘겨진 4명은 2014~2017년 상품권 대금을 지급하고 상품권 대신 할인된 금액의 현금을 되돌려 받는 방법으로 11억5,000만 원의 부외자금(장부에 기록되지 않는 자금)을 조성한 뒤, 그중 4억3,800만 원을 '쪼개기 후원' 방식으로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기부한 혐의를 받는다. 정치자금법상 법인과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당시 부사장급 임원이었던 구 대표 등 고위임원 10명은 2016년 9월쯤 맹 전 사장 등으로부터 부외자금을 받아 자신 명의로 국회의원 후원회에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명의를 대여하는 정도로만 가담한 점과 기부 금액을 감안해 정식 재판에 넘기지 않고 약식기소했다고 설명했다.
황 전 회장은 당시 KT 대표였지만, 범행에 가담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불기소 처분됐다. 대관 담당부서의 부외자금 조성 및 불법 정치자금 기부 과정이 황 전 회장에게 보고됐다거나, 황 전 회장이 이를 인식한 채 지시 혹은 승인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2017년 11월 내사에 착수한 뒤 2019년 1월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검찰 수사는 이후 진척이 없다가 이달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직전 가까스로 마무리됐다.
검찰은 황 전 회장이 회삿돈을 변호사 수임료로 썼다는 의혹 등 다른 고발 사건들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KT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국회의원들 역시 정치자금 기부를 보고받은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의원실 관계자들이 정치자금 명목의 송금 사실을 사전에 인식하거나 용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혐의 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