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에서 3만8,638건의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그중에서 7,159건(18.5%)이 주택에서 불이 난 경우입니다. 주택화재로 지난해에만 145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원인별 발생 현황을 보면 최근 9년간 있었던 주택화재 6만9,809건 중 음식물 조리·담배꽁초·쓰레기 소각 등 부주의(54.4%)에 의한 화재가 가장 많았습니다.
각종 질병이나 의료비 보장에 대해선 다양한 보험 가입으로 철저히 준비하는 반면, 본인이 살고 있는 집에 대해선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재 5건 중 1건이 주택화재인 데다, 한 번 불이 나면 상당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택화재보험 가입은 고려해볼 만합니다. 보험료도 월 1만~3만 원 안팎이어서 크게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화재보험은 임차인도 가입해두는 게 좋습니다. 이전까지 화재의 책임이 임차인에게 있는 경우 임대인이 가입한 화재보험사에서 사고 처리비용을 돌려받기 위해 임차인을 대상으로 전세금·보증금 압류소송을 진행,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6월 화재보험 약관 개선을 통해 임차인이 단체화재보험료를 부담하고 있었다면, 화재보험사가 소송 등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렇지만 단체화재보험은 최소한도만 보장하는 경우가 많아 화재로 인한 재정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임차인도 별도 화재보험이나 임차자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체화재보험은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에 따라 16층 이상 아파트, 도시형 생활주택과 같은 11층 이상 일반건물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화재보험을 말합니다.
화재보험 가입 시 주의할 점은 재산가치가 높은 물건은 반드시 보험증권에 기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냉장고 등 가재도구는 보험증권에 적지 않아도 보험가입금액 한도 안에서 보상이 됩니다. 그렇지만 귀금속, 골동품 등 휴대 가능한 300만 원 이상 물건은 보험증권에 따로 적어야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있습니다.
여러 특약 중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은 들어두는 게 유리합니다. 화재가 아니더라도 살고 있는 집에서 누수 등이 발생해 아랫집에 피해를 줬다면 배상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상금액은 보험사마다 다르지만 100만~500만 원 수준입니다. 그에 비해 보험료는 월 1,000원 안팎으로 저렴해 거주 주택이 10년 이상 됐을 땐 가입하는 게 유리합니다.
화재보험에 가입했더라도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으니 유의할 필요도 있습니다. 우선 보험기간이 시작된 이후라도 가입자가 보험료를 내기 전이면 화재 발생 시 보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또한 해외출장 등으로 화재보험에 가입한 집을 30일 이상 비워둘 경우 반드시 보험사에 이를 알려야 합니다. 주택화재보험 약관에 적힌 통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집에 불이 난다면 이 역시 보상에서 제외됩니다. 화재보험은 살고 있는 집에 대한 계약인 만큼 이사를 가면 새 집을 대상으로 화재보험을 다시 가입해야 하는 점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