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야구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고교생이 두 명이나 나타났다. ‘고교 투톱’으로 꼽히는 김서현(서울고 2년)과 심준석(덕수고 2년)이 주인공이다. 1학년 때부터 이미 실력을 인정받았고, 올해도 좋았지만 내년이 더 기대되는 미래 자원들이다. 이번 봉황대기에서도 이들의 실력을 눈으로 확인하고픈 야구팬들이 상당수 있는데, 김서현이 먼저 첫선을 보이며 위력을 과시했다.
김서현은 4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49회 봉황대기전국고교야구대회 순천효천고와의 경기에서 5-2로 앞선 8회말 2사 1루에서 등판, 1.1이닝 동안 퍼펙트로 팀의 승리를 지켰다. 4타자를 상대로 15개의 공만 던졌고 탈삼진도 1개 보탰다. 지난 8월 19일 대통령배 8강(유신고전ㆍ4.1이닝 무실점) 이후 78일 만의 공식 경기 등판이다. 김서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늘은 빠른 공과 커브만 사용했다”면서 “오랜만의 등판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타자들을 자신 있게 상대하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김서현을 지켜본 프로야구 스카우터들은 “공이 사납다”고 표현했다. 올해 공식경기에서 최고구속 152㎞를 찍을 정도로 힘도 좋지만 무엇보다 공의 움직임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이날은 최고구속이 148.4㎞로 측정됐고, 평균 146~148㎞를 유지했다. 그의 성장 가능성에 각 구단 스카우터들은 물론 프로야구팬들의 눈길도 쏠린다. 중학교 때 이미 145㎞의 빠른 공을 선보였고, 고교에서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좋아지고 있다. 김서현은 “팬들까지 절 주목하시는 줄은 몰랐다”면서 “물론 칭찬받으면 기분 좋지만 더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고 털어놨다.
‘고교 최대어’로 꼽히는 심준석과도 자주 비교된다. 올 시즌 초 심준석과 선발 맞대결을 펼쳤는데 당시엔 4.1이닝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김서현은 “중학교 때 심준석과 연습경기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엔 (심준석이) 공은 빨랐지만 제구가 잘 안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고등학교에서 보니 제구도 잘 잡히고 마운드에서의 위압감도 좋아졌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심준석에 비해) 아직 뒤처진다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롤모델로는 고 최동원(전 롯데)을 꼽았다. 김서현은 “선수 시절 투구 기술과 경기운영력은 물론, 야구를 대하는 모습이 진지하고 멋있었다. 정말 본받고 싶은 선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봉황대기에서 우승한 뒤 ‘고교 최동원상’을 받고 싶다”며 욕심을 드러냈다. 고교 최동원상은 매년 고교야구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지난해엔 봉황대기를 우승으로 이끈 인천고 사이드암 투수 윤태현이 받았다.
아직 고교생인 만큼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다. 제구력도 다듬어야 하고,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쉽게 무너지는 모습도 보인다. 김서현은 “겨울방학 기간 유연성을 더 보완해야 한다. 또 구속 증가를 위해 중량 훈련과 체중 조절도 신경 쓸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