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0여 개 국가가 “2040년까지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을 중단하자”는 데 합의했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 발전을 폐지하는 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의 핵심 의제 중 하나였던 만큼, 이번 COP26에서 도출된 또 하나의 성과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석탄 소비국들이 대거 동참하지 않아 실효성엔 의문이 제기된다. 국제사회가 합의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 섭씨 1.5도 이내 억제’ 목표를 실현하기 힘들 것이라는 회의적 전망도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이날 “40여 개 나라, 기업 및 단체까지 포함하면 총 190곳이 석탄 화력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신규 건설 및 투자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는 영국과 캐나다, 폴란드, 우크라이나, 베트남, 칠레 등이 참여했다.
골자는 선진국들은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전면 중단하고, 다른 국가들은 늦어도 2040년까지 폐지한다는 것이다. 대체에너지 인프라 확장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크와시 크와르텡 영국 산업·에너지부 장관은 “석탄의 종말이 눈앞에 와 있다”고 선언했다. 석탄은 2019년 기준 세계 전력 생산의 약 37%를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주요 석탄 소비국들의 무더기 불참이다. 전 세계 석탄 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 인도, 호주 등이 빠진 탓에 ‘반쪽짜리 합의’라는 혹평마저 나온다. 한국도 동참하지 않았다. 유럽기후행동네트워크의 엘리프 군두젤리 석탄정책 담당자는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2030년까지가 아니라, 2030년 이전에 석탄 발전을 폐지해야 한다”며 “이번 합의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구촌의 현실은 이날 선언과는 정반대다. 전 세계 석탄 화력 발전은 지금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적하는 국제연구단체 ‘글로벌탄소프로젝트(GCP)’는 이날 COP26에서 ‘글로벌 탄소 예산 보고서’를 공개하며 “올해 석탄 연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지난해보다 4.9% 늘어난 36.4기가톤으로 2019년 수준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작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제활동이 위축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전년보다 5.4% 감소했었다.
특히 중국은 올해 2019년 대비 5.5%나 급증한 11기가톤의 이산화탄소를 내뿜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3위인 인도도 4.4% 증가가 예상됐다. 연구에 참여한 노르웨이 국제기후연구센터의 글렌 피터스 연구부장은 “석탄의 귀환이 정말 놀라운 수준”이라며 “중국의 석탄 사용이 이미 정점을 지났다고 생각했으나, 다시 정점으로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GCP는 이날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11년 후엔 기후재앙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2015년 당시에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시기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한다는 파리기후변화협약 목표 달성을 위해 향후 20년간 허용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탄소 예산)이 903기가톤으로 추정됐었다. 그러나 불과 6년 만에 이 수치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450기가톤 미만으로 급감했다. GCP는 “이런 속도라면 파리협약 목표 이행은 실패한다”며 “전 세계가 즉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약 1.4기가톤씩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도 ‘시급한 행동’을 역설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COP26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 “국제사회의 ‘1.5도 억제’ 목표 달성은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며 “나는 우리가 그걸 해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촉구했다. 게이츠는 “과거엔 비쌌지만 지금은 저렴해진 태양광 패널이나 리튬 이온 배터리처럼, 우리는 다른 기술도 그렇게 되도록 해야 한다”며 녹색 강철(저탄소 강철), 수소 에너지, 연안 풍력 등을 언급했다. 이어 “우리에겐 혁신의 경로가 많다. 다만 빠른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