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일본유신회가 지역구 낙선 후보를 비례대표 의원으로 부활시키는 ‘석패율’ 제도의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구에서 아깝게 패한 후보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석패율이 20%(당선자의 20% 득표)에 불과할 정도로 참패한 후보까지 다수 구제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본 중의원 선거는 1996년 소선거구제 도입 때부터 지역구 후보를 비례대표 후보로도 동시 등록시키고, 같은 당 지역구 낙선자 중 석패율 상위부터 비례대표로 부활시키는 석패율 제도를 운영해 왔다. 지난 10월 31일 실시된 중의원 선거에서도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간사장 등 지역구에서 낙선하고도 ‘비례 부활’로 의석을 유지한 의원이 상당수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 견제를 원하는 정당투표 상당수가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대신 유신회로 쏠리면서, 양당의 비례 부활에도 희비가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입헌민주당의 경우 아슬아슬하게 지고도 비례 부활을 하지 못한 후보가 상당수인 반면 유신회는 지역구에서 3위를 할 정도로 참패하고도 비례 부활에 성공한 경우가 다수 발생한 것이다.
4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2위 후보와 득표율 5%포인트 미만 차이로 승리한 자민당 후보는 전체 지역구 당선자의 20%인 34명에 달했다. 2012년 중의원 선거 이후 네 차례 선거 중 가장 많다. 입헌민주당 등 야당의 지역구 후보 단일화로 자민당이 접전 끝에 승리한 지역이 많았기 때문이다. 나가사키 4구에서 당선한 기타무라 세이고 전 지방창생장관은 391표(0.3%포인트) 차이로 신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입헌민주당은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도 정당 투표가 부진해 비례 부활에 성공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오키나와 3구에서 자민당 시마지리 아이코 전 북방장관과 격전을 벌이고 패배한 입헌민주당의 야라 도모히로 후보는 석패율이 91.8%에 달했지만 비례 부활을 하지 못했다.
반면 유신회는 오사카 지역구에서만 전승을 거뒀을 뿐 다른 지역에서는 참패했지만 비례 부활에 성공한 의원이 많았다. 교토 1구, 효고 1구, 나라 1구의 유신회 후보는 2위도 아닌 3위를 하고도 정당투표 몰표 덕분에 모두 비례로 부활했다.
긴키 지역(오사카, 교토 등) 이외에서 비례로 부활한 유신회 후보는 15명으로, 이 중 13명이 석패율 70% 미만이었고, 9명은 2위도 되지 못했다. 특히 도쿠시마 1구에서 비례 부활한 요시다 도모요 후보는 석패율이 20.1%를 기록해 “역사에 남는 진기록이 됐다”고 일간겐다이는 평가했다. 이는 소선거구 도입 후 사상 세 번째로 낮은 석패율로 당선된 사례다. 이 매체는 “지역구에서 유권자에게 외면받았다 부활한 ‘좀비 의원’이 대량 발생했다”며 “민의를 반영하고 있는 제도인가”라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