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조치 이후 처음으로 열린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수요시위 현장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정의연이 매주 수요시위를 열던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부근에선 보수 성향의 자유연대와 친일세력 청산을 주장하는 반일행동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그동안 1인 기자회견으로 진행되던 수요시위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이날 1년 4개월 만에 단체 집회로 바뀌었다.
반일행동 측은 이날 아침부터 소녀상 옆에서 '일본군 성노예 문제 완전 해결'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확성기로 "친일 반역세력이 이곳을 떠날 때까지 벗어나지 않고 끝까지 투쟁하겠다" "평화시위를 방해하지 말라"고 외쳤다.
반면 자유행동 측은 "남의 집회 장소를 왜 차지하고 있느냐. 집회를 방해하는 반일행동 개개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고 민사소송을 할 것"이라며 맞불 집회를 열었다. 경찰이 소녀상 주위에 철제 펜스를 설치하고 240여 명의 경력을 현장에 배치해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고성이 오가는 등 한동안 소란이 일었다.
소녀상 앞은 자유연대가 이달 말까지 집회 신고를 마친 상태다. 자유연대는 지난 5월부터 이 장소를 선점하기 위해 불침번을 서가며 자정이 되면 곧장 집회 신고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열린 수요시위는 소녀상 앞 대신에 10m가량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열렸다. 이날 발언대에 선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극악한 구호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언어들로 피해자들의 멍든 가슴을 후벼 파고 있는 현장을 보라"며 "평화로운 이 일대를 전쟁 아닌 전쟁터로 만들고 있는 저들이 수요시위의 정신이 살아있어야만 하는 근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