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똥이 데려와!" 국회서 벌어진 '인형 쟁탈전', 왜?

입력
2021.11.0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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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준, '대장동 비판' 개 인형 또 가져와 
여야, 막말·고성 끝에 국토위 회의 파행

“제가 ‘대똥이’를 가져 온 사연을 들어보세요.”(송석준 국민의힘 의원)

3일 오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장이 별안간 개 인형의 등장에 아수라장이 됐다. 국토위 국민의힘 간사인 송 의원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비꼬기 위해 소품으로 개 인형 대똥이를 꺼내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조롱한 게 아니냐며 민주당 의원들이 발끈한 것이다. 여야 의원들은 고성과 막말을 주고받다가 급기야 인형을 지키고 빼앗으려는 ‘쟁탈전’까지 벌였고, 회의는 파행됐다.

대똥이는 양 가면을 쓴 강아지 인형이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양두구육(羊頭狗肉ㆍ양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을 표현한 일종의 상징물이다. 이미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송 의원이 이 후보와 대장동 의혹을 비판할 목적으로 제작해 선보였고, 그때도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당시 송 의원은 “원래 인형의 이름은 ‘대동이’인데 이상한 걸 먹고 다녀 구린내를 풍겨 대똥이가 됐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곧장 이 후보를 비하하는 용도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날 국토의 회의는 ‘대장동 의혹을 밝혀야 한다’는 국민의힘 요구로 열렸지만, 안건을 놓고 여야가 합의하지 못해 실랑이가 계속됐다. 그러자 송 의원은 불쑥 보좌진에게 “대똥이를 가져오라”고 지시하더니 흰색 비닐봉지에서 인형을 꺼냈다.

회의장은 순식간에 전쟁터로 변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야! 또 들고 오냐!”면서 반말로 소리쳤고, 송 의원은 “들어보세요, 제가 대똥이를 가져온 사연을!”이라며 인형을 계속 들어보였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회의장을 떠나기도 했다. 그중 한 의원이 송 의원 옆으로 다가와 인형을 낚아채자 송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인 이헌승 국토위 위원장을 향해 “이렇게 사유물을 탈취해도 되는 겁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자리를 이탈해 회의는 파행됐다. 잠시 후 재개된 회의에서 송 의원은 “대똥이를 데려온 건 공공개발이라는 탈을 쓰고 민간개발로 1조 원의 이익을 본 대형 사건 때문이다. (위원장은) 민주당에 경고해달라. 어떻게 동료의원의 ‘반려동물’을 뺏어갈 수 있느냐”고 말했다. 회의가 끝난 뒤 민주당 측은 대똥이를 송 의원에게 돌려줬다고 한다.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