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현재, 우리의 생활은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사람과의 만남, 일하는 방식, 경제적 상황 등 위생 관리 영역을 넘어 생활과 관련한 전 분야가 변화를 맞았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 전체적으로도 작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키지만, ‘다른 계층에 비해 무르고 약하여 사회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이른바 취약계층에게는 더욱 큰 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취약계층은 단일 유형의 집단이 아니라 노인, 어린이, 장애인 등 말 그대로 신체나 다른 부분에서 취약함이 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우리 주변 이웃이며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디에나 있지만, 산재한 탓에 취약계층만을 모아놓고 코로나가 미친 영향을 파악하기는 힘들다. 다만, 그 대안으로 공공임대주택 거주자의 삶을 들여다보는 방법이 있다. 공공임대주택은 기본적으로 소득 및 자산이 일정 수준 이하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거주자들은 경제적인 면에서 취약계층의 특성을 잘 반영한다. 또한 입주자 모집 시 위에서 언급한 유형 외에도 한부모·다문화·철거민 등 다양한 구분에 따라 신청을 받기 때문에 거주자들은 여러 취약계층을 고르게 대표한다고도 볼 수 있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이 점에 착안하여 취약계층의 삶에 코로나가 미친 영향의 상대적 크기를 공공임대주택 거주자를 통해 살펴보았으며, 자료로는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패널조사’ 결과를 활용하였다. ‘서울시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패널조사’는 공공임대주택 입주민의 주거복지 향상을 목적으로 SH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주관하고 한국리서치가 시행하는 조사이다. 2016년 3,000여 가구를 공공임대패널로 구축하며 시작해 현재는 4차 조사를 진행중인데,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공공임대패널 2,14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가 삶에 미친 영향을 확인하는 조사를 시행한 바 있다. 이 조사에서 사용한 동일한 문항을, 10월 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도 물어보았다. 조사 시기에 차이가 있고, 공공임대주택 패널의 거주지역이 서울이라는 한계는 있으나, 코로나19가 일반국민과 취약계층에게 미친 생활 변화를 비교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고 보여진다.
코로나 상황에서 일반국민과 취약계층이 체감하는 주된 어려움은 사뭇 달랐다. 코로나로 인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일반국민의 경우 사회활동 및 여가활동 제약(40%)을 꼽은 반면, 취약계층은 소득 감소나 지출 증가 등 경제적 문제(37%)가 제일 어려움을 겪는 분야라 답했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올해 초보다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지난 10월 초가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더 크다는 점을 감안해도, 소득이나 자산 등 경제적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취약계층이 생계 측면에서 더욱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할 때 가구 소득이 감소했다는 응답은 일반국민과 취약계층 모두 50% 내외였다. 각각 응답자의 절반 가량이 소득이 줄어들었다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일반국민과 취약계층 모두에게 상당했음이 분명했다.
소득이 감소함에 따라 가장 많이 소비를 줄인 항목은 공통적으로 식비였다. 주요 지출 축소 항목 중 외식비와 식료품비 응답을 합한 비율은 일반국민이 47%, 취약계층은 61%였다. 다만, 세부 항목별로는 일반국민의 경우 외식비(30%)를 주로 줄인 것에 반해 취약계층은 식료품비(40%)의 축소 비중이 더 컸다.
미취학 및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구를 대상으로 코로나 상황 아래 돌봄의 어려움에 대해 살펴보았다. 어린 자녀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긴급 돌봄을 이용했다는 비율은 일반국민과 취약계층이 각각 8%와 9%로 유사했다. 하지만 돌봐주는 사람 없이 돌봄 공백 상태로 지냈다는 응답은 취약계층이 9%로 일반국민(4%)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아, 돌봄 사각지대를 경험하고 있는 비율이 더욱 높음을 보여준다.
부모 입장에서 느끼는 돌봄 부담도 취약계층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이전보다 아이 돌봄이 어려워졌다는 응답은 일반국민의 경우도 57%로 적지 않지만, 취약계층은 무려 84%로 해당 연령대 자녀가 있는 가구 대부분이 돌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취약계층은 ‘매끼 자녀 식사를 챙겨야 해서’, ‘자녀 돌봄과 일을 병행하기 힘들어서’ 돌봄이 어렵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은데, 생활과 돌봄이 맞물리는 상황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일반국민에 비해 크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울 및 불안을 느끼는 경우는 일반국민이 60%, 취약계층은 75%였다. 두 집단 간 비율에도 다소 차이가 있지만, 우울과 불안의 주된 이유로 일반국민의 경우 사회적 고립감(35%)을 지목한 것과 달리 취약계층은 건강 염려(44%)를 더 큰 요인으로 인식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취약계층 내 고령인구 비율이 더 높은 탓도 있겠지만 앞서와 마찬가지로 일반국민은 사회적·관계적 측면, 취약계층은 생활과 보다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부분에 대한 걱정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커뮤니티시설 이용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줄었다는 응답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거리두기의 영향인지 이웃과의 교류도 줄었다는 응답이 많았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이용하지 않거나, 교류하지 않았던 경우를 제외하면 생활권 내에서 이루어지는 외부 활동은 일반국민과 취약계층 모두 대폭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대중교통 이용 비율도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자가용과 자전거 등 개인 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비율은 늘어난 반면, 여러 사람과 좁은 공간에 함께 머물러야 하는 특성을 가진 대중교통 이용자는 줄어들었다. 두 집단 간 차이가 있다면 일반국민의 경우 자가용 이용 비율이 대중교통을 역전했지만 취약계층의 경우 여전히 셋 중 둘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취약계층의 자차 보유율이 일반국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으로 추측되며, 이들이 출퇴근과 같이 불가피하게 이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특정 다수와의 접촉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음을 의미한다.
공공임대패널로 대변되는 취약계층과 일반국민 사이에는 공통점도 존재하지만 인식, 상황, 입장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차이는 향후 코로나 회복을 위한 움직임이 단순히 일률적이고 공통적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동안 현실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기준과 지침들이 어떻게 소외된 집단을 만드는지, 얼마나 많은 갈등을 야기하는지 직접 목도한 바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우리나라는 11월 1일 위드코로나 시작과 함께 본격적으로 일상 회복을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회복에는 속도, 효율, 방향,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보다 시급하게, 더욱 집중해서 취해야 할 정책과 행동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회복의 대상이 되는 국민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려가 가장 먼저 필요하다.
권성욱 한국리서치 여론2본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