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바꾼 페이스북, 10년 만에 '얼굴인식' 시스템 없앤다…이유는?

입력
2021.11.03 16:35
11면
"10억 명 얼굴 데이터 삭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글로벌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얼굴 인식 시스템'이 종료된다. 이 서비스는 출시 이후, 사생활 침해 등을 포함해 숱한 논란에도 10년 동안 유지됐던 서비스란 점에서 서비스 중단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페북 "10억 명 얼굴 데이터 삭제"

페북은 2일(현지시간) 자사 블로그에서 이달 중으로 얼굴 인식 시스템을 완전히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페북은 지난 2010년 12월 얼굴 인식 기능을 미국에서 처음 선보인 이후, 이듬해 6월 전 세계로 확대했다.

페북의 얼굴 인식 시스템은 말 그대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사진 속 인물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기술이다. 얼굴 인식 기능에 동의하면, 페북은 곧바로 이용자의 프로필 사진과 그의 이름이 공유(태그)된 모든 사진에서 픽셀(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단위)을 분석해 '템플릿'으로 알려진 고유의 수치 계산에 들어간다. 이 값은 개인을 식별하는 일종의 '아이디' 역할을 하는데, 페북은 템플릿으로 사진 속 인물을 분류한다. 10년에 걸쳐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덕분에 지금은 사진이 흐릿해도 사진 속 인물을 인식할 만큼 정교하다.

이 시스템을 활용한 게 바로 '태그 추천' 기능이다. 누군가 사진을 올리면 자동으로 얼굴을 인식해 이용자끼리 태그할 수 있게 추천해준다. 현재 페북은 19세 이상 성인 가입자에 한정해 이 서비스를 시행 중인데, 이들 중 3분의 1 이상이 얼굴 인식 기능을 켜 놓고 있다. 페북은 이번 조치에 따라 10억 명에 이르는 개인 템플릿을 삭제할 방침이다.

페북, "서비스만 중단…기술개발은 계속한다"

페북은 얼굴 인식 기능이 친구끼리 추억을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순기능을 내세웠지만, 그럼에도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사생활 침해 논란이 대표적이다. 페북 내부에 사진으로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막대한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령 페북에서 사진에 마우스만 갖다 대도 인물들 이름이 표시된다. 얼마든지 가입자도 모르게 자신의 얼굴과 신분이 공개될 수 있다. 때문에 페북이 이 기능을 내놓자마자 미국 시민단체는 물론 미 의회에서도 사생활 침해와 정보 유출 우려가 쏟아졌다.

급기야 2015년 미국에선 일리노이주 주민 수백만 명이 페북이 사용자 동의 없이 얼굴인식 정보를 이용했다며 페북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걸었고, 페북은 최근 7,660억 원의 합의금을 물고서야 소송도 마무리됐다. 최근 우리 정부도 얼굴 인식 기능에 대한 이용자 동의를 받지 않았다며 페북에 6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로이터는 페북의 이런 결정에 대해 "빅테크들이 지난 몇 년 동안 얼굴 인식 기술 사용에 대한 윤리적 비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IBM, 아마존 같은 빅테크들도 안면인식 기술 판매를 중단했다. 아마존의 안면인식 기술은 동영상과 사진 등을 스캔한 뒤 경찰의 얼굴 데이터베이스에서 해당 인물을 찾아내는 기술인데, 계속된 인권 침해 우려에 결국 판매 중단 결정을 내렸다. 페북의 이번 결정에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됐을 것이란 시각이다.

다만 페북이 얼굴 인식 기술 개발까지 중단한 건 아니다. 페북 모회사인 메타의 제롬 페센티 AI 부사장은 "우리는 이 기술의 미래 잠재력을 믿는다"며 "이 기술을 계속 연구하고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