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PD들이 바라본 K-오디션의 미래

입력
2021.11.07 11:20
'라우드' '야생돌' '걸스플래닛' PD들이 바라본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의 향후 방향성

PD들이 바라본 'K-오디션의 끝'은 어디일까. '슈퍼스타K'가 포문을 연 대국민 오디션은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다. 유사 프로그램도 수없이 쏟아졌다. 이에 PD들이 직접 'K-오디션'의 미래를 점친다.

최근 종영한 Mnet '걸스플래닛' 김신영 PD를 비롯해 MBC '야생돌' 최민근 PD, SBS '라우드' 이환진 PD까지 오디션 프로그램을 직접 연출했던 PD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오디션 프로그램, 새로운 발전 있다면 사장되진 않을 것

먼저 '걸스플래닛' 김신영 PD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디션의 플랫폼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새로운 구성 장르로 발전될 수는 있지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최근 대세였던 트롯 오디션은 과거 Mnet '슈퍼스타K' 같은 오디션에서 하나의 영역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김신영 PD는 해외 팬들의 국내 오디션 참가가 프로그램 전망에 핵심적인 요소로 대두될 것이라 판단했다. 김 PD는 "해외 팬들이 국내 오디션에서 투표를 한 사례가 없다. 해외 팬들의 관심이 국내 오디션과 결합된다면 다시 유행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현 오디션 시장, 정형화에 진부하다는 지적 받기도

'야생돌' 최민근 PD는 현재 쏟아지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정형화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민근 PD는 "지금까지 수많은 오디션이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디션들의 문법, 틀이 정형화되며 예전보다는 화제를 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최성근 PD에 따르면 이제는 오디션의 방향과 프레임을 바꿔야 할 시기다. 오디션 플롯의 다양화와 차별성이 앞으로의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이 지향해야 할 점이다.

최성근 PD는 "'야생돌'은 야생에서 시작했고 절대적인 평가자들의 재단이 아닌 성장한 스토리를 담아내려는 취지로 시작했다. 통상적인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데뷔에 목적을 두다 보니 어린 친구들,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반면 '야생돌'은 주목 받지 못했거나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한 친구들이 다시 야생에서 새롭게 성장하는 스토리로 차별화를 뒀다"고 설명했다.

기존 오디션의 장르가 진행 방식이나 문법으로 더 이상 차별성을 띄지 못한다는 논지다. 아울러 최성근 PD는 "한 인물의 화제성으로 오디션을 끌고 가기에는 너무나 익숙하다. 시청자들은 이미 식상해졌기 때문에 점점 외면을 받을 것 같다. 마이너한 친구들, 기회를 받지 못한 친구들이 주목받아야 한다"고 일침을 전했다.

최근 종영한 '라우드'의 이환진 PD 역시 오디션 열풍이 지속되리라 바라봤다. 다만 오디션의 방향이 과거와 달리 타겟팅됐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 PD는 "전 국민이 주목하지 않더라도 아이돌부터 국악, 밴드처럼 분야와 타켓층에 따라 인정 받고 장르적인 스타가 된다. 국민을 대상으로 넓히는 것보다 차별화를 선택한 것"이라 분석했다.

이어 "심사위원의 평가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앞으로는 심사위원의 절대적인 헤게모니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과정이 달라질 것이다. 과거에는 참가자의 퀄리티를 봤다면 이제는 스타성이 더욱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오디션 연출진의 깊은 고민 필요

이환진 PD는 오디션 시장이 좀 더 타깃을 좁혀 현 시대에 맞는 오디션이 나와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방송사들도 뉴미디어와 조화를 해야 한다. 다음 세대 오디션은 단순히 뉴 미디어와 연합해서 프로그램이 아닌 하나의 프로젝트로 진행될 것"이라면서 'K-오디션'의 미래를 예측했다.

이들의 공통된 입장은 오디션을 연출하는 제작진의 다각도 고민이다. 지난 2009년 시작된 '슈퍼스타K'가 도화선을 끊은 이후 꾸준히 오디션 프로그램이 론칭됐다. 각 방송사들은 경쟁하듯 새로운 오디션 서바이벌을 내놓았고 그 결과 현재 서바이벌 최종 우승으로 데뷔한 스타만 수십 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누군가는 대중적인 가수로 입지를 다졌고 누군가는 금세 잊혀졌다.

선택받은 프로그램과 참가자의 키워드는 '차별성'이다. 프로그램 고유의 강점과 참가자 스타성을 발굴할 좋은 시스템이 있다면 대중이 반응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앞서 연출진들은 입을 모아 어떤 형태로든 오디션의 행보가 이어질 것이라 판단했다. 'K-오디션'이 어떤 식으로 발전하고 세분화될지 궁금증과 기대감이 함께 모인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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