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품귀 현상은 전세계 주요국 중 최근 한국에서 유독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다른나라보다 디젤차량 운행량이 많은데다, 원재료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다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것이다.
3일 자동차·화학·운송 업계에 따르면, 디젤 모델이 전체 차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연합(EU) 국가에서도 요소수 부족 사태는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암모니아를 추출하는 석탄이나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요소수 생산량이 감소하긴 했지만, 공급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선 승용차뿐만 아니라 화물차에도 디젤엔진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큰 타격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 달리, 한국은 요소수 제작에 사용되는 암모니아의 대부분(올해 1~9월 기준 97%)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 한국 암모니아 수출액은 1억4,000만 달러(약 1,655억 원)로,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았다. 그 뒤를 3위 멕시코(1억 달러), 4위 칠레(3,800만 달러), 5위 호주(3,700만 달러) 등이 잇고 있다. 중국의 요소수 수출 금지가 한국과 인도에는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요소수는 암모니아에 증류수를 섞어 만든 수용액으로, 디젤엔진의 질소산화물(NOx) 저감에 탁월하다. 2015년 EU의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 ‘유로6’가 도입되면서, 자동차 업체들은 요소수를 사용하는 ‘선택적환원촉매장치(SCR)’를 디젤차에 필수적으로 장착하기 시작했다. SCR는 배기가스 온도가 180~190°C 수준에 도달하면 요소수를 분사해, NOx를 질소와 물로 전환시킨다. 이런 방식으로 배기가스 오염물질을 80~99%까지 제거할 수 있다.
국내에선 2019년부터 SCR 장착이 의무화되면서, 최근 출시되는 모든 디젤차엔 요소수가 필수다. 요소수가 부족하거나 없으면,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출력이 65%까지 떨어지는 등 주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요소수 대신 다른 용액을 주입할 경우, 엔진이나 다른 부품에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요소수 공급난은 디젤차 운전자에게 ‘악몽’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국산차 업체들은 평소 국내 기업으로부터 요소수를 공급받고 있어, 비축량도 거의 소진된 상태다. 반면 수입차 업체들은 유럽, 미국 등 해외 본사로부터 공급받은 재고가 아직 여유로운 상황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