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을 위해 정부가 국제탄소시장 협상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국외 감축 비중이 11%대에 달하는 우리나라는 시나리오의 대대적 수정이 불가피하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1일(현지시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 영국 글래스고 스코티시이벤트캠퍼스(SEC) 내 한국홍보관에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2030 NDC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국제탄소시장 지침이 마련될 수 있도록 협상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탄소시장 지침은 온실가스 감축분을 국가 간에 거래하고, NDC 달성을 위한 실적으로 인정받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 6조에 해당하는 것으로, 협정 이행에 필요한 17개 지침 중 하나다. 나머지 16개는 앞선 COP 회의에서 협의를 마쳤다. 올해가 파리협정이 본격 이행되는 원년인 만큼 오는 12일까지 열리는 COP26에서 국제탄소시장 지침 협상을 완료해 파리협정을 완성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번에도 협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 타국에서의 감축을 자국 감축 목표에 활용할 경우, 자국 경제의 탈탄소화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탄소중립을 주도하는 선진국들은 그간 이 같은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이지웅 부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을 도입한다는 건 어디선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또 어디선가 감축해서 상쇄하겠다는 것"이라며 "이 경우 지구 전체적으로 배출량이 줄 수는 있지만 0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감축분을 사오는 과정에서 거래금액의 일부를 개도국 지원에 사용할지, 이미 발생한 감축분도 인정해줄지, 감축분이 중복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등도 팽팽하게 논의될 쟁점들이다.
문제는 COP26에서 협상이 결렬될 경우,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목표로 잡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감축량(2억9,100만 톤) 중 국외에서 감축하는 비중이 11.5%(3,350만 톤)에 달한다. 이미 국제무대에서 대통령까지 나서 2030 NDC(2018년 대비 40% 감축)를 선언한 이상 이를 변경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국내 감축분을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시나리오를 새롭게 짜야 하는데, 산업계 반발이 커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선 국외 감축 비중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를 설득할 묘수조차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선임연구원은 "협의를 이끌어내려면 우리가 개발한 탄소감축 기술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이를 해외에 수출해 감축량을 인정받는 식으로 가야 한다"며 "이런 부분에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