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전철 ‘조커’ 복장 괴한은 승객 많은 핼러윈 밤을 노렸다

입력
2021.11.02 16:55
“조커 복장은 범행 ‘승부복’”
핼러윈 당일 시부야 걸으며 구경도


10월 31일 밤에 일본 도쿄도를 주행하던 전철 안에서 흉기로 승객을 찌르고 불을 지른 20대 남성은 범행을 결행하기 위해 영화 ‘배트맨’ 속 악역 캐릭터 ‘조커’ 복장을 ‘승부복(勝負服)’으로 정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승객이 많을 것이라 생각해 핼러윈 밤을 택했으며, 지난 8월 오다큐선 흉기 난동 사건을 참고해 범행을 철저히 계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용의자는 범행 당일 오후 8시쯤 도쿄도 조후시 부근을 주행 중이던 게이오선 신주쿠행 특급 전철에서 72세 남성의 얼굴에 스프레이를 뿌린 뒤 가슴에 30㎝ 정도의 흉기를 찌른 혐의를 받고 있다. 상처는 폐까지 닿아 남성은 의식불명의 중태다. 16명의 다른 부상자는 연기를 마신 정도여서 경상이다.

후쿠오카현 출신인 용의자는 지난 6월 회사에서 문제가 있어 그만두고 그 다음 달 지역을 떠났다. 고베와 나고야 등으로 떠돌다 9월 말 상경해 도쿄도 하치오지시의 호텔에 머물렀다. 비용은 대부업체 등에서 빌렸다고 한다. 그는 “일을 그만두고 친구 관계도 거의 없어 죽고 싶었다"며 "누구라도 좋으니 2명 정도 죽이고 사형당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경시청 간부에 따르면 그는 인파가 많은 핼러윈 시기를 노렸다. 범행 당일 오후 5시쯤 조커 복장을 하고 시부야 거리를 30분 정도 걸으며 구경했다고 한다. 그는 영화 속 조커를 동경해 왔으며, 그를 닮은 보라색 정장은 “이 사건을 일으키기 위해 구입한 승부복”이라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범행 장소가 전철인 것은 지난 8월 오다큐선 급행 안에서 일어난 30대 남성의 흉기 난동 사건을 참고했기 때문이다. 당시 용의자는 “행복한 여성을 죽이고 싶었다”며 “대량으로 죽일 수 있어 전철을 선택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를 보고 이번 용의자는 “정차 역 간격이 길고 도망칠 곳이 없는 특급을 택했다”며 “붐비는 곳보다 전철 안이 확실히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오다큐선의 범인이 식용유를 뿌려 불이 붙지 않았다는 보도를 보고 대신 라이터용 오일을 샀다고 한다.

일본 언론은 전철에서 추가적인 모방 범죄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토교통성은 대기업 철도회사의 안전총괄책임자들을 모아 재발방지 회의를 열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전철에서 불시에 일어날 또 다른 범죄를 막을 방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