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유동규(52·구속수감)씨를 배임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5)씨와 남욱(48) 변호사 등 민간 사업자도 배임 공범으로 판단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윗선 수사의 핵심 연결 고리인 배임죄를 적용하면서,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쪽으로 수사가 확대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1일 유동규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과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성남도시공사에서 전략사업실장으로 일하면서 유씨와 함께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는 정민용(47) 변호사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도 배임 혐의 공범으로 판단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유씨가 김씨 등 민간 사업자들과 결탁해 대장동 민관합동 개발사업에서 화천대유가 선정되도록 조작하는 수법으로 최소 651억 원의 택지개발 배당이익과 수천억 원대 시행 이익을 몰아주면서 성남도시공사에는 그만큼의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유씨를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핵심 혐의인 배임은 민간사업자 수사가 진행 중이란 이유로 제외했다.
검찰은 이날 유씨가 올해 1월 김만배씨로부터 뇌물 5억 원을 받은 혐의(부정처사 후 수뢰)도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당초 김씨 구속영장에 수표 4억 원과 현금 1억 원으로 뇌물죄를 구성했다가 지난달 14일 김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선 현금 5억 원으로 정정해 논란을 자초했다. 영장 기각 후 검찰은 수표 추적 등을 거쳐 수표 4억 원과 현금 1억 원으로 뇌물 혐의를 다시 정리했다. 김씨가 발행한 수표를 유동규씨가 뇌물로 받은 뒤, 자신의 채무 변제 등을 위해 정민용 변호사와 남욱 변호사에게 건너갔다고 결론을 낸 것이다.
검찰이 이날 청구한 김씨의 2차 구속영장에는 1차 영장 청구 때 포함됐던 곽상도 의원 아들 50억 원 지급 관련 뇌물공여 혐의는 빠졌다. 검찰은 뇌물 범죄의 구성 요건인 대가성 수사를 계속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김씨가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 부인과 지인 등을 직원으로 허위 등재하며 내준 급여 4억4,300만 원의 횡령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은 김씨가 유씨에게 뇌물로 주기 위해 쓴 5억 원 등 총 9억 4,300여만원의 화천대유 돈을 횡령했다고 적시했다. 김씨가 유씨에게 배당 이익 700억 원을 주기로 약속한 혐의는 1차 영장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포함됐다. 이달 3일 예정된 검찰과 김만배씨 측의 영장심사 2라운드는 대장동 수사의 성패를 가늠할 중대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남욱 변호사에게는 배임 공범 혐의 이외에도 정민용 변호사가 성남도시공사 퇴직 후 유동규씨와 함께 설립한 유원홀딩스에 2020년 9~12월 35억 원을 뇌물로 공여한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이 돈을 천화동인 4호에서 빼낸 혐의(횡령)와 투자금으로 가장해 뇌물로 준 혐의(범죄수익은닉)도 남 변호사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남 변호사와 대학 동문인 정민용 변호사는 성남도시공사에서 일할 때 공모지침서 작성 등을 통해 화천대유에 특혜를 몰아준 대가로 35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정·관계 로비 의혹이 담긴 녹취록을 제출하는 등 수사 도우미를 자처한 정영학 회계사에 대해서도 혐의 내용을 일부 확정했다. 유씨 공소장에 정 회계사를 배임의 공범으로 적시하는 한편, 김만배씨 구속영장에도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빠지도록 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명시했다.
다만 검찰은 배임의 주범을 사실상 김씨로 봐야 하고, 정 회계사는 남 변호사 등 다른 관련자들과 달리 드러난 뇌물 혐의가 아직 없다는 점에서 이번 구속영장 청구 대상에서는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혐의가 포착된 이상 정 회계사 역시 향후 배임죄 기소를 피할 수는 없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