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견 물어죽인 맹견 주인, 2심서도 벌금 600만원

입력
2021.11.0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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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고의 없었다"… 사고견 입양 보낸 점도 참작

맹견으로 분류되는 반려견을 산책시키던 중 개가 지나가던 소형견을 물어 죽이고 개 주인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견주가 항소심에서도 같은 액수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1부(부장 성지호)는 1일 열린 로트와일러 견주 A(76)씨의 동물보호법 위반 및 재물손괴 혐의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벌금 600만 원 선고를 유지했다.

재판부는 "A씨가 맹견을 키우면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충분히 인정되나, 맹견이 뛰쳐나가 피해자의 애완견을 물어 죽일 것이라는 미필적 고의를 갖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A씨가 과거에도 맹견을 키우며 주의를 다하지 않은 점이 인정되는 만큼 이번 사건의 책임이 무겁다"면서도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고, 맹견을 입양 보내 재범 위험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서울 은평구 불광동 주택가에서 로트와일러종 반려견을 입마개 없이 산책시키다가 지나가던 소형견 스피츠를 물어 죽게 한 혐의를 받았다. 스피츠 견주 또한 손을 물리면서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1심은 A씨에 대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재물손괴 혐의는 무죄로 보고 벌금 600만 원을 선고했다. 검사는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 다시 판단해달라며 항소를 제기하고 1심에서처럼 징역 6개월을 구형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물보호법은 맹견 입마개 미착용으로 사람이 다칠 경우 고의성 여부와 관계없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상대 반려견이 죽을 경우 적용되는 재물손괴죄는 고의성이 있을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한다.

이번 사건은 민사 소송으로도 이어졌다. 최근 서울서부지법 민사36단독 주한길 판사는 스피츠 주인 등 3명이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 A씨에게 총 800여 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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