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내고 탄소 300톤 배출...지구 해치는 우주관광

입력
2021.11.02 14:00
15면
우주관광, 막대한 탄소 배출... 오존층 훼손
국제사회, 우주개발 적정선 마련 논의 필요

때로 누군가의 놀이는 다른 이들의 근심이 된다. 올해 세계 억만장자들의 우주관광이 시작됐는데, 막대한 탄소 배출이라는 타격을 지구에 안기고 있다. 한 번의 우주관광에 이산화탄소 300톤이 배출되며, 오존층도 뚫린다.

지난달 14일 영국 윌리엄 왕세손이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주비행의 탄소배출에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고 꼬집고, “지구 밖에 살 곳을 찾지 말고, 지구를 고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우주관광 1회 탄소 300톤, 오존층에도 피해

올해 7월 리처드 브랜슨 영국 버진그룹 회장이 버진갤럭틱사가 개발한 우주선을 타고 고도 86㎞를 넘는 첫 민간우주여행을 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닷컴 의장의 우주개발사 블루오리진도 7월과 10월 2차례 대기권과 우주경계를 오가는 준궤도 우주관광을 마쳤다. 9월에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사 우주선이 민간인 4명을 싣고 사흘간 우주여행을 했다. 국제 우주정거장보다 더 높은 고도(575㎞)로 비행한 첫 민간 우주궤도여행이다.

우주여행은 자동차나 비행기처럼 화석연료를 사용한다. 버진갤럭틱과 스페이스X의 우주선도 고체 탄소 기반 연료와 액체등유를 썼다. 게다가 발사 시 나오는 그을음에는 메탄 등 온실가스도 포함된다.

버진갤럭틱은 우주여행의 탄소배출이 “비행기로 대서양 횡단을 할 때와 비슷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엘로이즈 머레이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교수는 “단 4명이 타는 우주선에서 이산화탄소가 200~300톤 나온다”며 “장거리 비행 시 승객 1명당 1~3톤을 배출하는 것과 큰 차이”라고 비판했다.

블루오리진의 우주선은 액체수소를 사용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성층권 통과 시 오존층 훼손이 불가피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한다.

우주쓰레기 문제도 가속화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비행기는 매일 평균 약 10만 회 운항하는 반면, 지난해 로켓 발사는 114회였으니 우주개발에 따른 환경문제는 미미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우주관광이 일반화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버진갤럭틱은 내년 말부터 상업용 우주관광을 시작할 계획이다. 1회 25만 달러(약 3억 원)의 초호화 여행이다. 블루오리진도 10년 안에 복합 비즈니스단지 우주정거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친환경 연료를 개발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 또 우주 쓰레기 문제는 여전하다. 유럽우주국에 따르면 지난해 관측된 우주 쓰레기는 3만4,000개. 크기 10㎝ 미만 쓰레기까지 합하면 1억 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로켓 발사나 인공위성 사용으로 나온 것인데 우주관광이 시작되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우주공간에서 발사체가 분리되면서 남는 잔해가 많아지고, 우주정거장을 사용하는 인간으로 인한 폐기물 발생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쓰레기는 지상으로 낙하해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우주개발 적정선 마련될까

미국과 일본, 중국 정부 등도 민간참여 우주개발 사업에 적극적인데, 저변에는 뜨거워진 지구 대신 살 곳을 개척한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그러나 연구 목적이 아닌, 관광 목적까지 경계가 불분명해면서 기후위기만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에 지난 7월 미국 민주당 얼 블루머나워 하원의원은 비연구 목적의 우주비행에 과세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1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시작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도 우주기업과 과학자, 정부가 모여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우주개발 정책 관련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최은정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실장은 "재활용 로켓을 개발하거나 인공위성 여러 대를 한번에 발사하는 등 지속가능한 우주기술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이는 무분별한 우주산업을 제재할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이현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