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와 미사일은 어떻게 다를까?

입력
2021.11.02 05:30
15면

"3, 2, 1."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거대한 로켓이 대지를 흔들고 붉은 화염과 연기를 내뿜으며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지난달 21일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의 발사 모습이다. 누리호 크기는 아파트 16층 높이(47.2m)에 무게는 200톤이나 된다. 이토록 크고 무거운 로켓은 어떻게 고도 700㎞까지 올라갈 수 있는 걸까. 또 누리호는 미사일과 무엇이 다를까.

기본 원리뿐 아니라 '로켓 기술' 같아

1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에 따르면 발사체와 미사일의 기본 원리는 같다. 뉴턴의 제3법칙인 '작용-반작용 법칙'에 의해 발사된다. 어떤 물체에 힘(작용)을 주면 힘을 받은 물체는 그 힘을 작용한 물체에 방향은 반대지만 같은 크기의 힘을 돌려주는(반작용) 원리다. 중력을 거슬러 로켓을 쏘아 올리려면 엄청난 힘이 필요한데,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온·고압 연소가스의 반작용이 바로 그 힘이다.

'운동량 보존의 법칙'도 적용된다. 운동량은 물체의 질량과 속도를 곱한 값인데,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운동량은 언제나 일정하다는 원리다. 이 법칙에 따라 추진제 탱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소가스의 힘만큼 반대방향으로 추진력이 작용한다. '로켓의 전진속도×로켓의 무게'가 '추진 기체가 뒤로 분사되는 속도×추진 기체의 무게'와 같다. 과학자들은 이 두 원리에다가 중력, 원심력 등을 고려해 발사체가 날아가는데 필요한 연료를 계산하는 고차원의 '로켓 방정식'을 만들어냈다.

물리학 원리뿐 아니라 발사체와 미사일은 '로켓 기술'이라 불리는 핵심 기술을 공유한다. 로켓은 추진제를 연소시킬 때 발생하는 기체를 내뿜어 그 반작용으로 추진력을 얻는 비행체를 일컫는다. 발사체와 미사일은 기본적으로 로켓이다. 추진 시스템, 다단식 설계, 방향과 속도를 제어하는 유도 및 제어 장치, 발사 지원 기술 등이 모두 같다.

같은 '로켓'이지만... 탑재물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고?

공통점만큼이나 차이점도 많다. ①우선 용도가 다르다. 발사체는 우주 공간에 인공위성이나 우주선 등을 올려놓기 위한 로켓이다. 누리호 3단에는 인공위성 대신 모사체가 탑재됐다. 반면 미사일은 군사용이다. 재래식 탄두, 화생방 무기, 폭약 등이 실린다.

10년 전 북한이 쏘아 올린 물체를 두고 발사체냐, 미사일이냐 논쟁이 벌어졌다. 한 전문가는 "당시 북한이 실용위성 '광명성 3호' 등을 발사했다고 했지만, 위성을 실었는지 탄두를 실었는지 확인이 안 돼 용어에 혼란이 있었다"며 "그만큼 발사체 기술은 미사일에 전용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고체연료 엔진과 액체연료 엔진, 무슨 차이?

②사용 목적에 따라 엔진 종류도 달라진다. 보통 군사용에는 고체연료 엔진이, 위성 발사용에는 액체연료 엔진이 사용된다.

누리호는 극저온 추진제를 사용하는 액체연료 발사체다. 긴 몸통의 탱크부에 액체 상태의 연료(11톤)와 산화제(23톤)가 들어 있다. 김진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엔진개발단장은 "액체 엔진은 극저온에다 고온, 고압인 극한 조건에서 작동시켜야 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며 "산소를 액체 형태로 유지하기 위해 영하 183도로 탱크를 냉각하고 연료인 케로신은 상온으로 보존하는 동시에 불꽃에 불이 안 붙으면서도 가벼운 헬륨으로 탱크 압력을 지탱해야 한다"고 말했다.

액체연료는 추진력이 강해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고, 발사 과정에서 연료와 산화제 주입량을 조절해 추력을 통제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반면 밸브와 배관 등의 구조가 복잡해 만들기 어렵고 발사 전 장시간 연료를 주입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1초라도 빨리 쏴야 하는 군사용으로 부적절한 것이다. 누리호만 해도 발사 하루 전날 발사대에 세워졌고, 발사 4시간 전부터 연료와 산화제가 주입됐다.

고체연료는 액체연료에 비해 추진력이 떨어진다. 같은 1㎏의 추진제를 써도 고체연료가 내는 힘이 상대적으로 작다. 자동차로 치면 연비가 낮다는 의미다. 또 제어가 어렵다. 한번 불이 붙으면 끝까지 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체연료는 연료가 발사체에 항상 저장돼 있어 연료를 넣는데 별도의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된다. 이동에 용이하고 빠르게 발사가 가능해 군사용으로 적합하다. 게다가 기술 진입 장벽이 낮아 민간에서도 소형위성 발사체에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둘을 혼합한 '하이브리드형' 엔진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장 누리호에 적용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김진한 단장은 "누리호에 고체연료 부스터를 사용하면 안 되냐는 의견이 많은데, 그럴려면 처음부터 설계를 그렇게 했어야 했다"며 "고체엔진 추력을 버틸 수 있도록 발사대, 기체를 새로 조립해야 하고 낙하점 등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사 방향, 궤도 모두 달라

③발사 방향과 궤도 역시 다르다. 누리호와 미사일 모두 지상에서는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발사된다. 하지만 미사일은 우주로 나가면 각도를 23도 정도 기울인 뒤 포물선 형태로 궤도를 그리다가 지상으로 떨어진다. 발사체는 우주 공간에 위성 등을 올려놓아야 해 임무궤도 부근에서야 수평에 가까워진다.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야 하는 발사체는 대부분 적도 방향으로 발사된다는 점도 다르다. 이는 정지궤도 위성을 쏘아 올릴 때 자전하는 지구의 원심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다. 정지궤도 위성은 적도 상공 약 3만5,786㎞에서 지구와 같은 속도로 지구를 공전하는 위성이다. 지구와 같은 속도로 궤도를 돌아 우리 눈에는 마치 정지해있는 것처럼 보인다. 적도 부근에서는 지구의 자전속도가 초속 465m로 가장 빨라 가속도를 높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전 세계의 정지궤도 위성 발사장 대부분이 적도 인근에 있는 이유다. 누리호도 한반도 끝인 전남 고흥군에서 남쪽 방향으로 발사됐다.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리려면 발사체의 속도와 각도 등이 정확히 맞아야 하는데, 최대한 짧은 거리를 비행해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조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