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직전 확진자 증가세…"방역 너무 빨리 많이 풀었다"

입력
2021.11.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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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감염·돌파감염 수두룩...방역 살얼음판
화이자 백신 맞은 10대 첫 사망에 불안감도
아직 4차 유행 중...방역수칙 지킬 건 지켜야

지난해 2월 29일부터 시행돼온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난달 31일로 611일 만에 종료됐다. 1일 오전 5시부터 시작되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는 사회 곳곳에 이미 활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런데 방역 상황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집단감염에 돌파감염까지 잇따르고, 백신을 맞은 10대가 처음 숨졌다.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 초기부터 방역수칙을 너무 많이 풀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위드 코로나라도 지킬 건 지켜야 한다. 아직 우리는 4차 유행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위드 코로나 직전 확진자 다시 증가

지난달 3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25~31일) 하루 평균 코로나19 확진자는 1,829.6명으로, 지난주의 약 34%가 증가했다. 한동안 이어져온 확진자 감소세가 위드 코로나 직전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날 0시 기준 하루 확진자는 2,061명으로, 나흘 연속 2,000명대를 이어갔다.

경남 창원의 한 요양병원에서 이날까지 163명이 양성 판정을 받는 등 전국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집단감염이 확진자 규모를 키웠다. 중대본은 "개인 간 접촉 확대, 연말연시 모임 증가, 동절기 밀폐 환경 등 감염 위험 요인도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위드 코로나로 방역이 완화하면 확진자가 더 빨리, 더 많이 늘 수 있다.

예방접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전날 방역당국은 고교 3학년으로 추정되는 10대 남성이 화이자 백신을 맞은 뒤 2개월여 지나 사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10대의 사망 신고는 처음이다. 백신과의 연관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1일 시작되는 12~15세 접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접종률이 정체되면 완전한 일상회복은 그만큼 더뎌질 수 있다.

경기 감염병전담병원 병상 75% 찼다

정부는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75% 이상이면 위드 코로나를 중단하고 비상계획을 가동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29일 기준 가동률은 42%라 아직 여유 있어 보인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다르다. 엄중식 가천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 병원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은 23개 중 19개가 차 있다"며 "갑자기 나빠지는 환자를 위해 남겨 놓아야 할 여유분을 제외하면 남은 병상은 1개뿐"이라고 말했다.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들을 보는 감염병전담병원도 빠르게 차고 있다. 경기 지역 감염병전담병원 병상 가동률은 이미 75%(지난달 29일 기준)로 올라섰다. 정부가 병상을 더 확보한다 해도 환자를 치료할 의사는 무턱대고 늘릴 수 없다.

백신을 일찍 맞은 고령자들의 돌파감염이 느는 것도 의료 대응엔 불안 요소다. 창원 요양병원 감염자 163명 중에서도 133명이나 백신을 맞았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지병이 있는 고령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간호인력의 부담이 훨씬 커진다.

중증으로 나빠질 우려가 높은 60대의 상당수가 재택치료를 한다는 것도 의료계로선 위험 요인이다. 29일 기준 서울의 재택치료 환자는 누적 6,426명인데, 60대가 21.3%로 가장 많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재택치료 중인 60대 가운데 10%만이라도 갑자기 중환자가 되면 응급 이송조차 어려워질 것"이라며 "재택치료 연령을 50세 미만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이해진 개인 방역... "확진자 5000명 넘을 수도"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국 52개 의료기관이 보고한 지난달 17~23일 호흡기 바이러스 양성률은 85.8%다. 지난해 같은 기간(40.8%)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감기나 독감 같은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다시 늘었다는 얘기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 같은 개인 방역수칙이 작년보다 잘 안 지켜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만큼 경계심이 풀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드 코로나로 다중이용시설의 방역 규제가 대폭 풀리게 된다. 천 교수는 "약 2년에 걸쳐 강화한 방역수칙을 위드 코로나 1단계부터 너무 많이 풀었다"며 "이대로라면 하루 확진자 수는 정부가 예상한 5,000명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애써 얻은 일상회복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경계심을 다시 조일 필요가 있다. 10명, 12명이 모일 순 있어도 마스크는 벗으면 안 된다. 출입 명부 작성도 아직 필수다. 스터디카페, 헬스장, 열차 안에선 여전히 음식을 먹을 수 없다. 학원과 독서실에선 인원 제한 기준을 계속 지켜야 한다. 교회 소모임은 잡아도 되지만, 장소는 교회 안이어야 한다. 요양병원 면회는 접종완료자 아니면 못 간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았어도 2, 3개월이 지나면 면역 효과가 급속히 떨어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돌파감염 가능성을 항상 생각하면서 위드 코로나라도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를 준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