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盧 영결식, 화해ㆍ통합 역사로 가는 성찰의 자리”

입력
2021.10.30 11:54
30일 영결식서 '국가장 장례위원장'으로 조사 낭독
유족에 "고인 못한 사과 이어가길" 당부

김부겸 국무총리는 29일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오늘의 영결식은 고인을 애도하는 자리이자 새로운 역사, 진실의 역사, 화해와 통합의 역사로 가는 성찰의 자리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국가장 장례위원장인 김 총리는 이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오늘 우리는 그 누구도 역사 앞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준엄한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김 총리는 88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북방외교, 남북관계 전기 마련, 토지공개념 도입 등 노 전 대통령의 공적을 언급했다. 하지만 김 총리는 “이처럼 고인께서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많은 공적이 있음에도 오늘 우리가 애도만 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공동체가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노태우 대통령님이 우리 현대사에서 지울 수 없는 큰 과오를 저지른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며 “우리는 또한 역사 앞에서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들에게 이해와 용서를 구할 때 비로소 진정한 화해가 시작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대통령님의 가족께서는 5ㆍ18 광주 민주묘지를 여러 차례 참배하고 용서를 구했다”고 했다. 다만 김 총리는 “고인께서 병중에 들기 전에 직접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만나 사죄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도 남는다”고 했다.

김 총리는 “우리는 국가장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 어떤 사죄로도 5ㆍ18과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하신 영령들을 다 위로할 수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다. 과거는 묻히는 게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 가는 역사로 늘 살아 있다”고 했다. 유족들에게는 “오늘 국가장의 의미와 국민들의 마음을 잊지 말고 지금처럼 고인이 직접 하지 못했던 사과를 이어가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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