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9일간 전국 봉쇄 돌입… 코로나 사망·감염 ‘역대 최다’

입력
2021.10.29 16:30
러시아 일일 확진자 4만 명 첫 돌파
백신 완전 접종률 33% '제자리걸음'
유급 휴가령 기간 여행가는 사람도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 70%를 넘기며 일상 회복에 속도를 내는 모습과 반대로, 러시아는 팬데믹(대유행) 이래 최악의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수도 모스크바가 28일(현지시간) 도시 전체를 걸어 잠근 데 이어 30일부터는 러시아 전역이 봉쇄에 돌입하는 등 또다시 일상이 멈췄다. 코로나19 사망자와 신규 감염자는 나날이 불어나 급기야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2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는 이날 자체적으로 방역 강화 조치를 시행해 학교와 기업 등의 문을 모두 걸어 잠갔다. 술집과 카페, 체육관, 영화관, 극장은 이미 하루 먼저 영업을 중단했다. 지하철은 오가는 사람이 없어 텅텅 비었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백신을 맞지 않은 고령자들은 4개월간 자택에 머물라”는 권고도 내렸다.

러시아 정부는 30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9일간 전국에 ‘유급 휴무령’을 내린 상태다. 각 지방정부 판단에 따라 기간을 더 늘릴 수도 있다. 지난해 5, 6월 모스크바 등에서 시민 전체가 사실상 자가 격리를 하는 수준으로 철통 봉쇄를 했던 시절로 거의 되돌아가는 분위기다. 다만 외출까지 금지했던 당시와는 달리, 이번에는 외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건 역시 소상공인들이다. 러시아 정부가 국영기업들에는 긴급 지원금을 지급하는 반면, 카페나 식당 같은 상점들은 거의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식당 직원은 미국 공영라디오 NPR 인터뷰에서 “작년의 봉쇄 때처럼 몇 달간 문을 닫게 되면 우리는 끝난다. 이곳은 유럽이나 미국이 아니다. 정부는 소상공인에게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러시아의 코로나19 상황은 악화일로다. 이날 하루에만 1,159명이 숨졌다. 역대 최다 기록이다. 일일 신규 감염자도 4만96명으로 집계돼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4만 명을 돌파했다. 현재까지 누적사망자는 23만5,000여 명으로, 이 또한 유럽에서 가장 많다.

그러나 백신 접종은 더디기만 하다. 국제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 기준으로, 이날까지 러시아에서 백신 접종을 완전히 마친 비율은 33%에 불과하다.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적극 독려에도 불구, 정부에 대한 불신과 백신 안전성 우려로 백신을 기피하는 사람이 많다. 스콜코보 과학기술연구소 게오르기 바지킨 교수는 “감염병 초기에 언론은 바이러스가 위협적이지 않다거나 서방 백신이 위험하다는 식으로 보도했다”며 “화이자·모더나 백신이 나쁘다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 또한 나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정부가 방역 고삐를 바짝 죄고 있지만, 어떻게든 그 틈새로 빠져나가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영국 BBC방송은 “러시아 전역에 9일간 유급 휴업령이 예고된 이후 많은 러시아인이 휴가 계획을 잡았다”며 “러시아에서 인기 높은 이집트 내 리조트와 호텔은 예약이 꽉 찼고 이집트행 항공편도 매진됐다”고 전했다.

김표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