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수사 난관에 빠진 공수처... 돌파 수단 마련 고심

입력
2021.10.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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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성 구속해 진술 받으려던 전략 실패
구속영장 발부되기엔 주요 혐의 소명 안 돼
관련자 진술 및 압수물 분석부터 다시 해야
"고발장 작성자 모르면 손준성 소환 무의미"

'고발 사주' 의혹 수사와 관련해 난관에 봉착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돌파 수단 마련을 위한 고민에 빠졌다. 핵심 인물인 손준성(47) 검사 구속으로 단번에 지름길을 내려는 전략이 실패하면서, 다른 방법으로 수사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불구속 상태의 손 검사를 불러 조사하기 전에 압수물과 주변인 진술을 재차 확인해, 손 검사의 직권남용 혐의 구성 요건을 다지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발장과 판결문 작성 주체조차 '성명 불상자'인 상황에선 손 검사를 불러 조사해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손 검사를 구속하기엔 공수처가 주요 혐의에 대해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손 검사의 구속영장에선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손 검사 등 성명 불상의 검찰 상급 간부들이 성명 불상의 검찰 관계자에게 고발장 자료 수집 및 작성을 지시했다"고만 적시돼 있었다. 공수처는 손 검사가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고발장 등을 전달한 경로를 제시하지 못했고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지방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공수처가 압수수색도 하고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와 수사관들도 조사했지만 상대를 압박할 '스모킹 건'은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며 "핵심 피의자를 마지막으로 압박하는 구속영장 청구 카드가 수사 초기에 불완전한 상태로 사용됐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수사 동력을 다시 얻기 위해 그동안 확보한 자료와 관련자 진술을 재검토하면서 수사 전략을 새로 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손 검사의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지시 상대방 △고발장 작성 주체△손 검사와 김웅 의원 사이의 고발장 전달 과정을 설명해줄 결정적 진술과 물증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수도권 검찰청 한 부장검사는 "고발장 작성에 참고했을 판결문 출력 시점과 고발장이 김웅 의원에게 넘어간 시점 사이에 등장하는 손 검사와 김 의원 주변인들 진술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 검사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공수처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확정되는 11월 5일 전까지 수사를 마무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주요 정치 일정에 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공수처의 전략은 수포로 돌아간 셈"이라며 "이제는 정치 일정을 의식하지 않고 결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 공수처 검사 8명의 임명장 수여식에서 "우리가 하는 수사는 과거 검찰 특수부(현 반부패강력수사부)에서 담당하던 것이라, 역량은 물론 남다른 정의감과 난관을 돌파하려는 의지와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