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코로나19) 수가 급감한 일본에서 각 지방자치단체가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실험에 필수적인 백신 접종 증명서를 별도로 만들기 시작했다. 정부가 ‘백신 여권’으로 불리는 디지털 애플리케이션(앱)을 준비 중이지만 연말에나 나올 예정이어서, 당장 필요한 지자체들이 각자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달 들어 여러 지자체가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스포츠 경기의 관중 상한 해제나 음식점에서 인원 수 제한을 없애는 실험을 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 사실 증명 방법에 대한 정부의 통일된 지침이 없어 혼란을 겪고 있다. 현재까지는 각 지자체가 발급한 증명서 원본이나 복사본, 원본을 촬영한 사진 등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일일이 수작업으로 확인해야 해 매우 불편하다.
유럽이나 뉴욕, 한국처럼 스마트폰에 저장하는 디지털 애플리케이션이 사용하기 편리하지만 일본 정부가 개발 중인 접종 증명 앱은 12월이 돼야 운용이 가능하다. 심지어 전 인구의 38%에 불과한 ‘마이넘버 카드’(한국의 주민등록증에 해당) 소지자만 발급받을 수 있다. 이에 당장 음식점 등에서 불편을 해소하고 감염 확대를 막으며 경제 활동을 재개하기 위해 지자체가 디지털 증명서를 만들고 있다.
도쿄도는 다음 달 1일부터 메신저 앱인 ‘라인’을 사용해 접종을 완료한 도민에게 음식점 쿠폰 등을 전달하는 ‘도쿄 왁숀' 캠페인을 시작한다. 왁숀이란 ‘백신’과 ‘액션’을 합성한 것으로, 감염 방지를 해나가면서 경제 활동을 재개하는 것을 뜻한다. 접종 기록과 본인 확인 서류 이미지를 전송하면 가입되며, 도내 음식점 등에서 접종 증명으로서 이 앱을 제시하면 한 테이블당 5명 이상 식사할 수 있다.
군마현은 지난 13일부터 디지털 접종증명서인 ‘군마백신수첩’을 발급해 현재까지 20만 명이 등록했다. 오키나와현 이시가키시도 9월 하순부터 스마트폰 화면에 접종 완료를 표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음식점 등에서 혜택을 받게 했다. 이시가키시 측은 “마이넘버 카드가 없는 시민도 혜택을 받을 수 있으므로 정부 앱이 나오더라도 서비스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9월에 발족한 디지털청이 개발을 총괄하는 정부 앱은 출국 후 해외에서의 접종 증명도 겸하기 때문에 정확한 본인 확인이 필요하고 개발에도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자체별로 백신 증명서를 만들 경우 예산 낭비는 물론 다른 지역에선 접종 증명이 인정받지 못할 수 있어 혼란이 불가피하다. 신문은 “접종 증명의 운용 방식에 대해 국가의 통일된 지침이 정해지지 않으면 감염 확대 방지와 경제 활동 재개의 양립이 불안해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