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 "사라진 것은 아내가 아니라 21억원… 허위 주장 멈추라"

입력
2021.10.28 15:16
0면
28일 기자회견 열고 '윤정희 방치 논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

"그동안 말을 아껴 왔습니다. 진실을 말로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제가 평생 음악에 전념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논란으로)엄마를 간호하는 딸에 대한 억지와 거짓의 인신공격을 더 이상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28일 오전 서울 서초동 흰물결아트센터 무대에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나타났다. 공연장 방문은 연주 때문이 아니다. 지난 2월부터 불거진 아내 윤정희(본명 손미자) 방치 논란에 대해 언론에 공식입장을 밝히기 위해서였다. 논란의 당사자로서 백건우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날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내내 백건우는 고개를 가로젓거나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힘든 심경을 토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특히 지난달 7일 MBC 'PD수첩' 방송('사라진 배우, 성년후견의 두 얼굴')에 대한 반박을 하기 위해서였다. 방송은 백건우와 딸 백진희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윤정희를 방치하고, 윤정희의 형제자매 간 만남을 금지시켰다는 내용 등으로 전파를 탔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백건우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형용할 수 없는 극한의 인내를 요구하는데,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면서 "방송에 나온 (윤정희) 동생들의 주장은 현실과 안 맞다"고 반박했다. 백건우 측은 지난 25일 언론중재위원회에 방송사를 상대로 정정보도청구 및 11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의 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백건우는 윤정희가 프랑스 파리에서 "주변의 좋은 친구들과 경치 좋은 곳에서 걱정 없이 편하게 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정희는 2019년 5월부터 파리에서 딸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백건우의 법률대리인인 정성복 변호사는 "윤 선생님이 주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며 당뇨병 치료도 받고 있다"면서 "보살핌을 잘 받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 법원이 백건우 부녀를 후견인으로 지정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건우는 "방송사 취재진이 파리에 있는 아내 주거지까지 찾아가서 문을 노크하는 등 주변 주민들에게도 무례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우리가 평화롭게 살도록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백건우 측은 윤정희의 첫째 여동생인 손모씨 등을 상대로 전날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백건우는 1980년부터 연주료 관리를 손씨에게 위임해 왔는데, 2년 전 통장 잔고를 확인해 보니 있어야 할 돈보다 현저히 적은 액수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백건우 측이 주장하는 피해금액은 21억여 원에 달한다. 백건우는 명예훼손 부분도 별도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백건우는 특히 윤정희 형제자매들을 향해 "화해를 하려면 대화를 해야 하고, 그러면 거짓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왜 2년 반 동안 거짓된 주장을 하고 있는지는, 그들 의도를 잠시라도 생각해보면 이번 사건의 윤곽이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재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