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하자 5·18 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전두환도 사망하면 국가장으로 치를 거냐"고 강력 반발했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용집 광주시의회 의장은 "정부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국기의 조기 게양과 분향소를 설치하지 않기로 해 우회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와 5·18기념재단은 이날 성명을 내고 "국가의 헌법을 파괴한 죄인에게 국가의 이름으로, 국고로 장례를 치르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한 사람의 죽음을 조용히 애도하면 될 일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신군부 실세로서 자신 또한 책임이 무거운 1980년 5월 학살에 그는 광주 시민과 국민에게 단 한 번도 직접 사죄하지 않았다"며 "5·18진상규명 과정에 있는 이때에 시민 학살 책임자를 국립묘지에 안장한다는 것은 가당치 않다"고 강조했다.
광주시와 광주시의회는 이날 "우리의 정서상 돌아가신 분을 애도하는 것이 도리이지만 우리 광주는 그럴 수가 없다"며 "오월 영령과 광주시민의 뜻을 받들어 국기의 조기 게양 및 분향소를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도 "노태우씨에 대한 국가장 결정은 아직 미완성인 5·18의 진실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 의지에 반하는 것이며, 진실을 왜곡하고 끝내 참회하지 않은 학살자들에게는 면죄부를 준 셈"이라고 꼬집었다. 광주전남진보연대는 "노태우씨는 전직 대통령이기 전에 반란수괴, 내란수괴, 내란목적 살인,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17년형을 받은 중대 범죄자일 뿐"이라며 "국가장으로 노씨의 장례를 치르는 것은 민주주의와 정의를 짓밟는 것이며, 민주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 국가정체성을 부정하는 꼴이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는 "역사를 부정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선택"이라고 규탄했다. 민변 광주전남지부는 "우리 사회가 적법하고 올바른 기준을 세우지 않은 채 정치적 필요를 좇아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결정으로 나아간다면, 우리는 전두환씨에 대해서도 똑같은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나서서 노태우씨를 예우하는 것은 그 자체로 국가가 자기를 부정하는 것인 동시에 이미 역사적·사법적 평가가 마쳐진 5·18민주화운동 관련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