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홍콩지부가 40년 역사를 뒤로한 채 문을 닫는다. ‘민주세력 탄압 수단’으로 활용되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제정된 지 1년여가 지난 가운데, 수십 곳의 홍콩 내 인권단체와 민주진영 조직이 줄줄이 해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2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 주요 외신은 “앰네스티 홍콩지부 두 곳이 이달 31일과 올 연말에 순차적으로 폐쇄한다”고 보도했다. 홍콩에서 발생하는 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홍콩사무소’가 31일 먼저 철수하고, 동아시아·동남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무대로 인권보호 활동을 펼치는 ‘지역사무소’는 연말에 폐쇄될 예정이다. 지역사무소 업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른 앰네스티 지부가 이어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또는 도쿄 지부 등이 주로 거론된다.
앰네스티 홍콩지부 폐쇄 이유는 결국 ‘홍콩보안법으로 인한 탄압’이라는 게 활동가들의 입장이다. 안훌라 미야 싱 바이스 앰네스티 국제이사회 이사는 “이번 중대 결정은 홍콩보안법 때문”이라며 “홍콩에 있는 인권단체가 정부의 탄압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게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홍콩 친중 진영 최대 정당 민주건항협진연맹의 부의장인 홀든 초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깊은 실망을 표한다”고 맞받아쳤다. 초 의장은 “어떤 조직이 홍콩에서 철수하는 일로, 홍콩보안법을 더럽히는 건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인권단체와 민주화 진영의 ‘홍콩 엑소더스’는 홍콩보안법이 야기한 결과라는 게 대다수의 분석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앰네스티 홍콩지부는 2019년 반정부 시위, 정부의 탄압 등을 연구하고 민주세력을 지지했던 곳”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눈엣가시였다는 뜻이다. 앰네스티도 성명을 통해 “(중국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는) 홍콩 정부의 탄압이 야당 정치인을 넘어 시민사회 조직까지 확장됐다”며 “최소 35개 집단이 홍콩보안법 때문에 해산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반중 성향 홍콩 매체 빈과일보는 정부 압박에 지난 6월 폐간됐다. 국가 안보 명분으로 경영진과 기자들도 잇따라 체포됐다. 7월 말에는 중국 관영매체들이 “반중 활동을 부추기는 홍콩직업교사노조는 ‘악성 종양’과 같다”고 비난하자, 홍콩 교육당국이 “직업교사노조는 정치단체와 다름없다”며 관계를 단절하기도 했다. 해당 노조는 8월 자진해산했다. 홍콩의 민주노조 운동을 대표하는 직공회연맹도 정부 압력에 지난 3일 해산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