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 캠프의 수석대변인이었던 오영훈 의원은 이재명 후보와 이 전 대표 회동에서 이낙연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의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장 총괄본부장 등에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지난번 대통령 경선에서 패배한 이후 후유증이 도지사 선거 때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오 의원은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낙연 캠프 참여 인사들은 어떻게 합류하나'라는 질문에 "논의가 있었는데, 실무 협의를 좀 더 진행시켜 구체적인 역할 문제도 논의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총괄본부장이라든가 비서실장이라든가 이런 직책과 관련된 얘기가 나왔다"고 밝혔다. 선대위원장 대신 상임고문을 맡게 된 이 전 대표 측이 다른 주요 보직을 제안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오 의원은 "어쨌든 우리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다 참여해야 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그렇게 해왔고 그래야만 대선 승리를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선대위 고문직을 수락한 배경과 관련해선 "낙선한 이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맡아 진두지휘하는 게 과연 맞느냐 문제 제기가 있었고, 대표께서도 고민이 있었다"며 "당과 후보 중심의 선대위가 구성돼야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보고 상임고문직이 적절하다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참여 방식을 두고 두 분께서 협의하셔서 결정한 사항이기 때문에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진행자가 '회동이 조금 서먹서먹하거나 그런 거 없었나'라고 묻자 오 의원은 "약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전에 10~15분 만나고 헤어졌던 것보다 2배가량 더 만나신 것 같다"며 "30분 이상 회동하고 두 분이 또 손을 잡고 같이 나가셨으니까 충분히 분위기가 좋았다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회동 장소에 이 전 대표 측 지지자들이 결선투표 등을 요구하며 항의 시위를 한 것과 관련해 오 의원은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가 간다"며 "우리가 그런 마음을 당장 꺾는 모양새나 의도가 있어선 안 된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충분히 시간을 갖고 기다려 주시고 함께할 수 있도록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 이런 당부를 깊이 하셨기 때문에 노력이 계속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연 지지자들까지 화합하는 화학적 원팀이 가능하느냐'라고 묻자 오 의원은 "이재명 후보께서 '지난번 대통령 경선에서 패배한 이후 후유증이 도지사 선거 때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표현하시더라. 그만큼 오랜 시간을 통해 극복했다는 말씀"이라면서도 "그렇게까지는 아니지만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통령 선거 전까지 아물 수 있도록 해서 대선 승리를 위한 힘을 모아 나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경선 당시 '구속'까지 언급하는 등 강경발언을 쏟아내며 이 후보를 비판했던 설훈 의원의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설 의원님께서 판단하셔야 되는 문제"라면서도 "기본적인 원칙으로는 참여해야 된다"고 말했다.
반면 신중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표 경선 캠프 정치개혁비전위원장을 맡았던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당에서 결정하면 (이 전 대표 측 인사들이 이 후보 대선 캠프에) 다 같이 갈 것이다. 설 의원의 기본 방향에는 큰 차이가 없다"면서도 "경선 당시 나름의 논리를 갖고 걱정했던 것이고, 이제 그 걱정은 이 후보가 대선후보가 되며 당의 걱정이 됐다. 그런 걱정들을 여러 경로를 통해 얘기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에 대해 "이 후보가 '내가 후보 됐으니까 내 정책도 가자' 이렇게 우긴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후보가 되면 품이 넓어질 것"이라고 수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방법상에서는 조금 걱정되는 면도 있었지만, 호응도 있었기 때문에 취지를 담아낼 길을 당이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