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민주당 경선(10일)에서 승리한 지 24일로 딱 2주째. 아직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회동 날짜도 정해지지 않았다.
이 후보 측은 "이번 주, 이르면 27일쯤 만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후보 지원에 대한 청와대 태도는 그다지 적극적이진 않다. 24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만나 손을 맞잡은 이 후보가 문 대통령으로부터 얼마나 '농도 짙은' 지원을 받아낼지가 또다른 과제로 남게 됐다.
청와대는 그간 '민주당 내 화합이 먼저'라는 입장이었다. 이 후보가 이 전 대표부터 만나고 청와대를 방문하라는 뜻이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이 전 대표와의 회동 문제가 해결됐으니, 27일 만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경기지사 사퇴(25일), 국회의 청와대 국정감사(26일), 문 대통령의 유럽 순방(28일부터) 일정을 고려할 때 27일이 가장 적합하다는 점에서다.
다만 청와대가 이 후보와 문 대통령의 만남을 '적극'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문 대통령은 여전히 4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지키고 있다. 그런 문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이 절실한 이 후보와 달리, 청와대로서는 '권력을 넘기는 듯한 모습'을 일찍 연출해 득 될 것이 많지 않다.
민주당이 '정권 교체론'을 언급하는 상황도 청와대로선 불편하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17일 이후 줄곧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사실상 정권교체가 되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고 있다.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한 여권 인사는 "당 대표가 나서 정권교체를 말하는 상황에서 만남을 서두르고 싶겠나"라고 했다.
신·구 권력의 회동 날짜는 이미 전례보다 늦어졌다. 2012년 대선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박근혜 전 대통령도 13일 만에 만났다.
다만 만남이 너무 지연되면 이 후보의 힘이 빠질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청와대에도 없지 않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순방 전에 반드시 만나야 한다'는 당위는 없지만, '순방 이후는 너무 늦다'는 의견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만남뿐만 아니라 만남에서 문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발언을 이끌어내느냐가 이 후보에게는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됐다. 이 후보는 22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찾았을 때 "노무현 대통령을 가장 많이 닮은 후보다. 한 표를 찍겠다"는 메시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