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도시들이 서울시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서울에 ‘뺏긴’ 청년들을 지역으로 유인하기 위한 상생 업무협약 체결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수도권 블랙홀’에 각 지역이 대응할 수 있도록 권역별 초광역협력 전략을 수립,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지방소멸 문제가 ‘발등의 불’인 지자체들이 마냥 정부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다는 현실 인식도 배경이다. 서울시와 각 지자체의 상생협약이 지방에는 ‘소멸 시점’을 늦추기 위한 수단이, 또 수도 서울에는 청년 과밀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경북도는 이달 초 잇따라 서울시를 방문, 청년 교류 협력사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신규사업을 제안했다. 연간 100명가량의 수도권 청년을 모집해 일자리 체험 기회와 예술인 활동 무대를 제공하고, 서울 청년들이 내려와 살 수 있는 거점 마을 조성, 지역 정착 등의 내용이 핵심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2019년 관련 사업을 서울시와 시작한 이래 지방에 정착한 서울 청년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번 신규 사업 제안은 기존 사업 지속에 더해 새로운 사업을 추가로 해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경북도는 서울시와 청년정책 공유, 문화예술 상생콘텐츠 발굴, 청년일자리, 폐교 활용 서울시민 자연체험시설 조성 사업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와 지방 도시의 상생 협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시는 2004년 전남도와 상생협약을 처음으로 체결했다. 문화 관광활성화 및 농수축산물 판로 확보, 청소년 교류 활성화, 중소기업 육성, 재난 구호 협조 등 포괄적 협력이다. 이후 각 시도와 협업이 이어져 이달 현재 전국 69개 시ㆍ도와 78개의 사업이 진행 중이다.
눈에 띄는 것은 농축산물 판매 분야 등 지역 경제산업 관련 협업, 문화, 귀농귀촌 지원과 같은 인적 교류 부문에서 벗어나 관광, 일자리,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등으로 청년 사업의 협력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지방 도시와 펼치고 있는 사업(78개) 중 20여 개가 청년 관련 사업이다. 2019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서울시 도시청년 지역상생 일자리 사업'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13개 시도, 15개 기업에서 266명의 서울 청년이 활동한 데 이어, 올해에는 서울 청년 180명이 4~12월까지 강원, 충북, 대전, 경남, 부산 등 11개 시도 중소기업,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등 98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같은 사업이 청년들의 상경 물결 차단에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자체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서울로 전입한 청년(19~34세)은 2017년 55만2,442명에서 2018년 56만770명, 2019년 57만4,930명, 지난해 61만4,152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따로 주민등록 전입 신고를 하지 않고 상경한 청년 수를 감안하면 그 규모는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의 상경으로 주택, 교통 등 각 분야에서 행정부담이 늘고 있는 서울시는 지자체들의 상생 사업 제안에 긍정적이다. 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으로 청년들을 보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서울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협의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