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실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 발사 직후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은 이렇게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매우 훌륭하다" "대단한 일"과 같은 말을 자주 사용했다. '아쉬운 것'보다 '이룬 것'에 초점을 맞춘 연설을 한 건 온전히 문 대통령의 뜻이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4일 페이스북에서 누리호 발사 뒷이야기를 소개했다. 박 수석에 따르면, 박수경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은 21일 '더미 위성의 궤도 안착 실패가 예상된다'는 소식을 문 대통령에게 전했다.
성공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여러 버전의 연설문을 준비했지만 현장 상황에 따라 수정이 필요했다. 박 보좌관은 '졌지만 잘 싸웠다'는 내용으로 일부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는 건의를 했다고 박 수석은 전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비록 더미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지는 못했으나 1, 2단 연소와 분리, 페어링까지 다 성공했으니 과장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성취를 최대한 축하하는 연설문을 작성하겠다"고 했다고 박 수석은 전했다. 연설문 첫 문장이 "자랑스럽다"고 시작한 배경이다.
문 대통령은 연설문 말미에도 "오늘의 성공을 다시 한번 축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박 수석은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도 (문 대통령은) '우리가 이룬 성취를 국민들께 잘 전달하고 연구진들의 사기를 북돋워 드리라'고 재차 당부했다"고 전했다.
'잘 안 돼도 생방송 연설을 한다'고 결정한 것도 문 대통령이었다고 한다. 누리호 시험발사 성공률은 30%가 채 되지 않았던 상황. 그래서 참모회의에서는 '문 대통령이 시험발사 현장에 참석하되, 실패하면 생방송 연설 없이 연구원 격려만 하고 오자'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됐다고 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실패해도 내가 직접 생방송 연설을 하겠다. 연설문에 현재까지 우리가 확보한 기술의 축적과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도전과 의미를 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 수석은 15일 누리호 시험발사 직전 티타임에서 문 대통령이 한 말을 짤막하게 전했다. "누리호 발사가 실패를 한다고 해도 우주개발은 실패를 통해 소중한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고 성공은 결국 시간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