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평가 "윤석열 기득권자 느낌, 홍준표는 바람 탔지만…"

입력
2021.10.2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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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도전자 느낌 사라져 확장성 저해" 
"홍준표, 바람 탔지만 극대화할 전략 필요" 
"유승민 돌파력 아쉽고 원희룡 레벨업해야"

국민의힘은 다음 달 5일 대선후보를 선출한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 유승민 전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가나다순)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지만, 승자는 단 1명이다. '심판' 역할을 맡고 있는 이준석 대표는 경기를 어떻게 관람하고 있을까.

"윤석열, 도전자 아닌 기득권 느낌"

이 대표는 22일 CBS라디오 '한판 승부'에 출연해 4명의 대선주자에들에게 중간평가와 조언을 건넸다.

윤 전 총장에 대해 이 대표는 "(대선캠프) 덩어리를 키우는 건 좋은데 조직을 너무 키워서 신참 도전자의 느낌보다는 좀 기득권자와 같은 느낌이 돼 버렸다. 이것이 윤 전 총장의 확장성을 저해한 요인이 아닌가"라고 진단했다. '매머드급 캠프'에 정치인들의 합류가 줄잇고, 캠프 차원의 전략도 기성 정치 문법과 다르지 않게 짜여지면서 윤 전 총장에게서 '새 정치' 이미지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윤 전 총장이 전두환 정권 옹호 발언 사과 이후 '개 사과' 사진으로 '국민 조롱' 논란을 자초한 데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 측 SNS를 보면 가끔 걱정된다. (메시지를) 기획한 사람이 국민을 낮춰보고 있다면 우려스러운 일이다. SNS를 복요리에 비유하면, 복요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복을 썰어야 하는 거지 아무나 복을 들고 맛있는 생선이라고 하면 잘못하면 사람이 죽는다"고 말했다.


"홍준표, 바람 탔지만… 맥 끊기는 느낌"

홍준표 의원에 대해선 "바람의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홍 의원이 바람을, 굉장히 트렌디한 바람을 타고 지금까지 올라왔는데 그다음에 바람을 극대화하는 어떤 전략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이 2030세대 사이에서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 바람이 불면서 지지율이 올랐는데, 한 단계 도약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무야홍' 바람이 계속되려면 조직에 기대지 말아야 한다고 봤다. 그는 "최근 홍 의원이 조직 쪽에도 약간 강화를, 늘리고 있는 것 같은데 그 과정도 필요할 수 있겠지만 그 결과 (바람을 타는 면에서) 약간 맥이 끊기는 느낌이 나올 수 있다"며 "제가 전당대회할 때 당협 방문 거의 안 했다"고 힌트를 줬다. 최근 홍 의원캠프는 세불리기에 적극적인데, 조직강화보다 자생적인 바람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유승민, 브레이크와 엑셀 동시에 밟아"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해선 지지율을 끌어올릴 '돌파력'이 아쉽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 대표는 "(토론회에서 유 전 의원이 선전 중이지만) 유 전 의원은 브레이크와 엑셀을 동시에 밟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선거 트렌드라고 하면 2030세대 남성들이 먼저 앞장을 서고, 그 사람들이 미는 후보가 쭉쭉쭉 올라가는 양상이 있다. 유 전 의원이 그들이 좋아하는 여성가족부 폐지 같은 어젠다를 건드렸다가, 그다음에 저출생 이런 단어를 쓰면서 바로 브레이크까지 밟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유 전 의원은 동력이 한번 상실돼 끝까지 치고 나가는 느낌이 아니라 뭔가 이렇게 걸리는 느낌이 있다"며 "그게 아쉽다"고 했다.


"'1타 강사' 원희룡, 다른 이미지도 필요"

원희룡 전 제주지사에 대해선 '수재' 이미지 외에 다른 이미지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원 전 지사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1타 강사'로 나서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맹공하며 선전중이다. 이 대표는 "원 전 지사는 제주도의 수재 아닌가. 선거에서는 자기가 잘하는 것을 강화해야 되는데 본인이 잘하는 걸 극대화해 좋은 방법을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대표는 "하나의 가치로 끌어들일 수 있는 지지율에는 한계가 있다. 그다음에는 다음 단계로 레벨업하기 위한 뭔가를 얹어야 되는데 원 후보는 우선 공부 잘하는 이미지가 있고 (여기에 최근 생긴) 1타강사 이미지를 최대치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