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론 과반... 윤석열·홍준표 유리하고 이재명 불리한가

입력
2021.10.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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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말 '정권교체론'의 정치학]
정치교체론 과반에도 양자대결 경합
與, 인물·정책 차별화로 교체론 희석
野, '닥치고 정권 심판'만으로는 한계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대선(3월 9일)에서 '정권 교체'를 바라는 여론은 과반이지만 여야 주자 간 양자대결에선 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과 여당 주자가 연루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으로 심판을 원하면서도 선뜻 표를 줄 수 있는 야당 주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야당은 그럼에도 '낙관론'에 젖은 듯하다. 최근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선 부동산 급등, 고용 악화, 포스트 코로나 등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미래 국정 비전은 찾아볼 수 없다. 후보 토론회에서 '손바닥 왕(王) 자', '개 사과 사진' 등 후보 자질 논란만 오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되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국감'으로 '강력한 예방주사'를 맞았다며 신발끈을 조여매고 있다.

전례를 보더라도 임기 말 정권교체 여론은 선거 승패를 가르는 절대적 변수는 아니었다. 여당이 정권재창출에 성공한 2002년과 2012년 대선은 대표적 사례다. 2002년 대선에 앞서 김대중 정부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와해, 아들들의 비리 연루 등으로 위태로웠고, 2012년 이명박 정부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 구속 등으로 정권교체론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여당 후보였던 노무현·박근혜 후보는 각각 당시 정부와의 정체성과 정책 등에서의 차별화를 통해 여론의 벽을 넘어설 수 있었다.

"정권교체 필요한데, 윤석열·홍준표는 싫다"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이달 18~20일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정 운영 심판을 위해 야당 후보에 투표해야 한다'는 응답은 51%,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여당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는 응답은 40%였다. 지난 5월 해당 조사가 시작된 후 정권교체론이 50%를 넘은 건 처음이다. 지난 12, 13일 SBS·넥스트리서치 조사에서도 정권교체론(55.7%)은 정권유지론(36.2%)보다 19.5%포인트 높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부동산 대출 규제, 대장동 사태 등이 민심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반면 여야 대선주자 간 일 대 일 가상대결은 다른 결과를 보이고 있다. 15, 16일 TBS·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가상 대결에서 윤 전 총장 37.1%, 이 후보 35.4% 지지율로 오차범위(±3.1%포인트) 내 접전을 벌였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4·7 재·보궐선거 때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사태'와 맞물려 정권심판론이 50%를 돌파하면서 '박영선 대 오세훈' 박빙 구도가 깨졌는데, 이번 대선에서는 그러한 흐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보는 유권자는 많지만 썩 마음에 드는 야권 대선주자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12, 13일 SBS·넥스트리서치 조사에서 '정권교체를 원한다'고 한 응답자 가운데 61.8%가 ‘이재명·윤석열 양자대결'에서 윤 전 총장을 뽑겠다고 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앞서 지난 3월 19, 20일 진행된 중앙일보·입소스 조사에서 정권심판에 공감한 응답자 82.9%가 '박영선·오세훈 양자대결'에서 오 후보를 지지했다. 정권교체론이 야당 후보 선택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감소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익명의 여론조사 전문가는 "정의당 및 국민의당 지지층, 무당층 내 정권교체론자들이 양자대결에서 야당 후보를 선택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 미래 비전 없이 막말 공방만 벌이는 국민의힘 주자들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권재창출' 노무현·박근혜의 성공 요인

실제 임기 말에 나타난 높은 정권교체론이 반드시 야당의 승리로 귀결되지는 않았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 말에도 정권교체 여론이 과반을 넘었으나 결과는 여당인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박근혜 후보의 당선이었다. 박 후보가 이명박 정부 내내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해왔고, 대선을 앞두고 진보진영의 의제였던 경제민주화(재벌개혁)와 복지(기초연금 도입) 등을 앞세운 과감한 정책으로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에 성공한 덕분이었다.


2002년 대선도 마찬가지다. 김대중 정부는 임기 말 세 아들이 모두 비리에 휘말리면서 정권교체가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그러나 당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민주당 전신)이 철저한 비주류였던 노무현 대선후보를 선출한 것 자체가 변화를 상징했다. 당내 경선이 시작할 당시만 해도 노무현을 지지한 의원은 한 손에 꼽을 정도였고, '호남당의 영남 후보'라는 정체성도 정권교체론을 피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어 지방분권, 기득권 타파를 앞세워 행정수도 이전, 검찰개혁 등 정책 차별화에도 성공했다.

'높은 정권교체론=野 승리' 착시의 함의

이처럼 집권여당 후보임에도 인물·세력·정책 면에서 '확 바뀌었다'는 인상을 각인시킴으로써 정권에 대한 비판 여론을 비껴갈 수 있었던 셈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최근 '이재명 정권교체론'을 거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①비문재인계 출신 비주류 ②지방행정에서 보여준 강한 추진력을 갖춘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린 민심을 수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반문정서가 강하면서도 부동층 비율이 높은 2030세대를 겨냥해 기득권 철폐와 연결되는 노동·연금개혁 등의 어젠다를 제시해야 한다"며 '우클릭'을 통한 차별화를 강조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 운영 지지도 30%대 후반으로 전례 없이 견조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대장동 의혹과 경선 후유증 등에 휘말린 이 후보가 정부와의 명확한 차별화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정치권에서도 '높은 정권교체론=야당의 집권'이란 착시를 경계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지지층이 반응하는 반문 정서나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대한 비판에만 기대어 대선에 임하면 백전백패라는 지적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은 정권심판 여론에 고무돼 선거 내내 '이명박근혜'만 외치다 결국 졌다"며 "현재 야당이 구체적인 국정 운영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2012년 우리 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했다.

박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