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생식능력 제거 수술을 받지 않고도 성별 정정이 가능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외형적인 성형수술 등을 통해 성별 전환 판례는 있었지만, 별도 성형수술 없이 전환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가정법원 가사항고2부(문홍주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20대 성전환자 A씨의 성별 정정 신청 사건에서 성별 정정을 허가했다.
A씨는 2000년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중학교 3학년 시절부터 자신을 남성으로 인식했고, 2019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성전환증을 진단 받았다.
A씨는 이후 유방 절제술을 받고, 남성 호르몬 요법을 거치면서 외모와 목소리 등이 남성화됐다. 다만 A씨는 자궁적출술이나 남성의 성기를 갖추는 수술을 받지 않았다.
A씨는 2019년 12월 자신의 성 정체성에 맞도록 법적 성별을 남성으로 바꿔 달라는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을 법원에 냈다.
지난해 4월 열린 1심 재판부는 “신청인이 성전환을 위한 의료적 조치 중 양측 유방절제술 등은 받았으나 자궁 난소 적출술 등은 받지 않았다”며 “여성으로서의 신체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기각했다.
하지만 항고심에서 판단이 뒤집혔다. 항고심 재판부는 “신청인은 남성화된 현재 모습에 대한 만족도가 분명해, 여성으로의 재전환을 희망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며 “여성으로서의 생식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성으로의 전환이 신분 관계의 안정성을 해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궁적출술과 같은 생식능력의 비가역적인 제거를 요구하는 것은 성적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해 신체의 온전성을 손상토록 강제하는 것”이라며 “자기 결정권과 인격권,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결과가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