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통령후보 자질'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전두환 옹호 발언' 이후 반려견에게 사과를 건네는 사진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려 '국민 조롱' 비판을 자초하면서다.
대선주자의 언행은 그 자체로 의미가 담긴 '정치 행위'다. 국민적 비판에도 이틀 간 버티다 떠밀리듯 사과하는 태도나 사과를 요구한 국민을 조롱한 사진을 올린 것은, 그만큼 지도자로서 사려 깊지 않다는 방증이다. 당내에서도 "보수의 품격을 찾을 수 없는 가벼운 모습"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은 21일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해 SNS로 사과 의사를 밝혔다. 이후 22일 새벽 윤 전 총장 반려견 '토리'의 인스타그램 계정 '토리스타그램'에는 누군가 토리에게 사과를 건네는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에는 "오늘 아빠가 인도사과를 따왔나봐요. 토리는 아빠 닮아서 인도사과 좋아해요"라는 설명이 붙었다.
'#나랜데예' #나래도예', '#우리집괭이들은_인도사과안묵어예' '#느그는추루무라!'라는 해시태그도 달렸다. 윤 전 총장이 반려묘를 향해 '너희는 사과 안 먹으니 츄르(고양이 간식)나 먹어라'고 한 것이다. 이에 "사과는 개나 주라는 얘기냐"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나랜데예' #나래도예' 등의 표현은 경상도 사투리로 호남을 비하하는 일베 표현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윤 전 총장은 인스타그램 계정에도 사과 묘목 사진을 올렸고, 전날에는 윤 전 총장이 돌잔치에서 사과를 잡은 사진을 게재했다.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한 사과 전후로 과일 '사과' 사진을 3차례나 올린 것을 두고 국민적 사과 요구를 조롱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전날 사과에 대한 진정성을 스스로 훼손한 셈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속을 끓이고 있다. 호남 민심 확보를 위해 공을 들여온 '서진(西進) 전략'이 대선을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아침에 일어나 보니 뭐 이런 상식을 초월한다. 착잡하다"고 썼다. 그는 전날 호남을 찾아 윤 전 총장의 발언을 대신 사과한 터였다. 다만 이 대표는 오후 라디오에서 "처음 본 메시지가 '사과는 개나 주라는 뜻 아니냐'였어서 선입견으로 계속 그렇게 보였다"면서 "(윤 전 총장의) 빠른 정정 노력은 평가한다"고 진화했다.
그간 윤 전 총장을 두둔해온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번에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KBS 라디오에서 "돌잔치 사진을 올린 것도 왜 올렸을까, 좀 의아했다"며 "SNS 담당자는 처음부터 정말 적절하지 못한 일을 벌인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당 관계자는 "사과의 진의를 국민들이 의심하도록 윤 전 총장이 스스로 일을 키웠다"며 "국민과의 소통을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쟁주자들은 일제히 윤 전 총장의 자질론을 문제 삼았다. 홍준표 의원은 "부적 선거에 이어 개 사과까지 갈 데까지 갔다"며 윤 전 총장의 경선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유승민 전 의원 측은 "앞에서 억지로 사과하고 뒤로 국민을 조롱하는 기괴한 후보에겐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했고, 원희룡 전 제주지사 측은 "후보나 캠프나 진실한 반성이 없다"고 일갈했다.
'전두환 옹호 발언' 이후 뒤늦은 SNS 사과, 국민 조롱 논란 등은 윤 전 총장의 빈곤한 역사 인식은 물론 국민을 대하는 시각이 상당히 권위주의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치권과 언론의 비판을 귀담아 듣기보다 '앞뒤 자르고 내 말을 곡해한다'며 강변만 하는 모습도 대중과의 공감, 소통 능력 부족을 자인하는 꼴이라는 지적이 많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SNS가 대선주자들의 대국민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정치인들의 가벼운 언행을 부추기는 환경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지지층이 원하는 모습만 보여주면서 '좋아요' 수에만 함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 대선캠프 종합지원본부장인 권성동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사과 사진'에 대해 "전두환 옹호 발언을 유머로 대응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 역시 비판에 직면하자 권 의원은 곧바로 사과했다.
대선주자의 메시지가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보이는지' '좋아요를 많이 받을지'에만 초점을 둔다면 실패한 메시지가 될 확률이 높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지지층만 바라보고 소통하다 보면 국민의 눈높이와 거리가 먼 '튀는 소통'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