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리 깜짝 등장 기자회견... 마동석 "날 위해 캐릭터까지 바꿔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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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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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영화 '이터널스' 개봉 앞두고 기자회견

비현실적인 현실이었다. 누군가 화면 안으로 갑자기 침범했다.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였다. 그는 배우 마동석을 껴안은 후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며 환히 웃었다. 졸리는 “마동석 팬이라서 그와 함께 일한 게 꿈만 같았다”고 말했다. 22일 오전 마동석이 화상 기자회견을 하던 자리였다. 마동석이 마블 영화 ‘이터널스’(11월 3일 개봉)에 출연했다는 사실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마동석은 ‘이터널스’ 홍보를 위해 미국에 머물고 있다.

‘이터널스’는 수천 년 동안 살아온 불멸의 존재들이 인류의 오랜 적 ‘데비언즈’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동석은 죽지 않는 영웅 길가메시를 연기했다. 가장 오래된 문학작품으로 꼽히는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비롯된 캐릭터다. 마동석은 “불멸의 존재들을 보호하는 역할”이라며 “따뜻하고 유머러스하지만 데비언즈와 맞서 싸울 때는 굉장히 사납고 강력한 전사”라고 소개했다.

한국인의 마블 영화 출연은 마동석이 최초다. 마동석은 “영화 ‘부산행’(2016) 출연 이후 할리우드에서 여러 제안을 받았으나 일정 등이 맞지 않아 출연을 못하다가 길가메시 역할을 꼭 해봤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디션은 없었고, 클로이 자오 감독과 화상으로 대화를 나눈 후 출연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마동석은 “자오 감독이 제 예전 액션 영화 캐릭터에 제 본래 성격, 제가 오래 해온 복싱 스타일을 적용해 캐릭터를 만들어줬다”고 밝혔다. 그는 “길가메시는 원래 아시아인 캐릭터가 아니었으나 자오 감독이 배역을 저에게 주시면서 많은 것을 바꾸었다”고도 말했다.

마동석은 예고편에서 주먹과 손바닥을 활용한 액션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그는 “자오 감독과 마블 쪽에서 제가 하던 액션 스타일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화려한 동작보다는 간결하고 강력한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액션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현장을 지휘한 자오 감독은 올해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노매드랜드’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많은 상을 받았다. 마동석은 “‘이터널스’ 촬영 시기는 ‘노매드랜드’가 상을 휩쓸기 전”이라며 “자오 감독은 예술과 오락을 골고루 잘 섞는 빼어난 감독”이라고 평가했다.

마동석은 “동료 배우들과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연기했다”며 촬영 당시를 되돌아보기도 했다. 그는 특히 졸리에 대해 “배려심이 많고 좋은 사람”이라며 “마치 오래 전부터 알던 친구와 오랜 만에 촬영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졸리가 제 영화들을 많이 보고 제 팬이었다고 한 것 자체만으로도 매우 감사하다”고도 했다.

마동석은 할리우드 도전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제가 제작 또는 출연을 할 글로벌한 영화들을 몇 편 계획 중”이라며 “아시아 국가를 넘어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