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과 회동은 언제 ... '이재명의 시간' 자꾸 밀린다

입력
2021.10.2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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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국감 이후 본선 가도 '첩첩산중'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둘러싼 상황에 대해 지도부에 속한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10일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대장동 의혹과 경선 후유증으로 오히려 지지율이 하락하는 '역(逆)컨벤션 효과'에 노출됐다. 이 후보가 두 차례 '대장동 국감'에서 야당의 파상공세에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에도 여전히 안심할 처지가 아닌 탓이다.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와의 회동이 늦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과 ‘원팀’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등의 본선 스케줄도 줄줄이 꼬이는 모양새다.

길어지는 이낙연의 칩거

이 후보 측은 당초 국감을 마치는 대로 이 전 대표와의 만남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었다. 두 사람은 지난 13일 전화통화에서 "국감이 지나면 한 번 만남을 갖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의논하자"는 얘기를 나눴다. 이에 이 후보 측에선 '22일 지사직 사퇴→24일 이 전 대표와 회동→이후 문 대통령 면담' 순의 시나리오가 검토됐다. 국감 직후부터 대선 행보를 가속화함으로써 다음 달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 이전까지 '컨벤션 효과'를 누리겠다는 취지였다.

이 후보 측 기대와 달리 이 전 대표는 두문불출 상태다. 지난 14일 캠프 해단식 후 그는 서울 자택과 지방을 오가며 칩거에 들어갔다. 이 후보는 전날 이 전 대표와 전화통화는 했으나 "양측 경선 캠프에서 역할을 한 분들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서로 협의하면 좋겠다" 정도의 의견을 공유하는 데 그쳤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경선 과정에서 마음을 많이 다쳤는데, 이를 회복할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송영길 대표가 두 사람의 회동을 압박하는 메시지를 내며 이 전 대표 지지층을 자극하고 있는데, 이 전 대표가 움직일 수 있겠느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은 언제?

문제는 기약할 수 없는 '명·낙 회동'으로 본선을 대비한 '원팀' 전환도 더뎌지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대선후보를 선출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문 대통령과의 면담 일정은 확정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 측에서 이 후보가 이 전 대표를 먼저 만나 '원팀 분위기'를 형성한 뒤 대통령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본선 국면에서 친문재인 진영의 지지가 절실한 '비주류' 이 후보 입장에서는 청와대 면담이 늦춰지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달 말에는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예정돼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주말까지 이 후보와 이 전 대표의 회동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대통령 면담도 다음 달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2002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 이틀 만에 회동했다. 한때 상극 관계였던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선출 13일 만에 대면한 것에 비해서도 상당히 늦은 편이다.

'원팀 선대위' 어떻게 꾸릴까

윤관석 사무총장과 이 후보 측 조정식 의원이 선대위 구상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다. 한 최고위원은 "최근 선대위 구성과 관련해 '진척된 게 거의 없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았다""이 전 대표의 결심이 서야 이 전 대표 경선캠프에 몸담았던 의원들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당내에선 "이 전 대표의 칩거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당 지지층 사이에서 "(이 전 대표의 칩거가) 원팀 구성에 걸림돌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은 이 전 대표로서도 부담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 전 대표가 공동선대위원장 등 핵심 직책을 맡아 이 후보 지원에 적극 나설지는 불분명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전 대표 주변에서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직접 나서지 않고 이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경선캠프 인사들이 다수 이 후보 대선캠프에 합류하는 수준으로 '원팀' 분위기를 띄울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박준석 기자
신은별 기자
강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