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인형 가져와" 쓴소리 조응천이 이재명 국감 뒤 박수 받은 까닭

입력
2021.10.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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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위 경기도 국감 사회 보며 국민의힘과 대립
"사회자 편파적이다"에 "내가 MC냐" 발끈
"조응천 웬일이냐"며 칭찬 쏟아낸 여권 지지자들


올해 국정감사의 최대 이슈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경기도 국감이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 후보 못지않게 주목받은 또 다른 인사가 있다. 민주당 쓴소리로 불리는 '조금박해' 중 한 명인 조응천 의원이다. 20일 국토교통위 경기도 국감의 사회를 맡았는데, 시종일관 국민의힘 의원들과 신경전을 벌여 관심을 끌었다.

조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소속인 이헌승 국토위원장을 대신해 위원장 직무 대리를 맡아 경기도청 국감 사회를 봤다. 직함은 '감사 반장'이었지만, 사실상 일일 위원장이 된 것. 상임위원장은 그날 상임위 회의 방향을 결정짓는다.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는 이슈를 다룰 경우 어느 당이 위원장을 맡는지가 중요하다.

이날 조 의원이 사회를 맡게 됐을 때만 해도 여야의 표정은 엇갈렸다. 야당은 조금박해의 일원인 만큼 엄정 중립을 지켜줄 것을, 여당은 자당 소속 의원인 만큼 민주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주길 기대했다.



송석준 향해 "개 인형 제거를" 맞불

조 의원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초시계를 들고 위원장석에 앉은 조 의원은 시종일관 이 후보와 의원들의 답변·질의 시간을 쟀다. 이 후보에게 "발언 시간을 정확히 재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조 의원이 이날 국감 분위기를 휘어잡은 건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개 인형을 꺼낼 때부터다. 송 의원은 양 가면을 씌운 개 인형을 갖고 질의에 나섰다. '양두구육'을 표현하기 위해 들고 온 소품인데, 이 후보가 겉과 속이 다르다는 점을 풍자하려는 취지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송 의원이 책상 위에 개 인형을 꺼내자 강하게 반발했다. 여야가 국감장에 다른 물건을 들고 들어오지 말자고 합의했는데, 송 의원이 이를 어겼다고 지적한 것이다.

조 의원은 질의를 시작하려는 송 의원을 향해 "마이크를 떼라"며 제지했다. 그러면서 "여야 간사 간 합의로 회의장 내 국감 분위기를 방해할 수 있는 물건을 갖고 오지 않도록 하지 않았냐"며 "인형 좀 제거해달라"고 요청했다. 송 의원이 버티자 인형을 위원장석으로 가져오라는 손짓을 계속했다.



야당 향해 "눈이 삐딱하니 삐딱하게 본다"

국감이 진행될수록 조 의원과 야당 의원의 설전은 거칠어졌다. 송 의원이 "(이 후보에게) 야당 의원들 질의에 답변할 때 핵심적인 내용만 짧게 답변해줄 수 있도록 엄중이 요청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조 의원은 "제가 지금 기술적으로 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야당 의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작심한 듯 "눈이 삐딱하니까 삐딱하게 보이는 것이지 무슨 소리를 하느냐"며 "똑바로 하고 있지 않냐"고 맞받아쳤다.

조 의원은 야당의 계속된 지적에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후보가 질의가 끝난 뒤에도 답변을 계속하자 항의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과정에서 "사회자 마음대로 하느냐"고 따졌는데, 이를 들은 조 의원은 "사회자라니, 내가 뭐 MC입니까"라며 "지금 뭐 지역 행사하는 거냐"고 발끈했다.



"조응천이 웬일이냐" 달라진 여권 지지자들의 평가

이날 사회로 조 의원에 대한 여권 지지자들의 평가도 달라졌다. 조 의원은 조국 사태를 거치며 민주당을 향해 거침 없는 비판을 해온 탓에 여권 지지자들의 비판을 받곤 했다.

여권 지지 성향이 강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조 의원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조 의원의 카리스마를 다시 봤다"(e****), "조 의원 진행 너무 잘했다. 앞으로도 오늘처럼만 부탁드린다"(y**), "조응천이 웬일이냐, 이제 정말 민주당 의원으로 돌아온 건가"(전**)라고 반응했다.

그러나 야당은 "조 의원이 국감을 편파적으로 이끌었다"고 비난했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