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의 최대 이슈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경기도 국감이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 후보 못지않게 주목받은 또 다른 인사가 있다. 민주당 쓴소리로 불리는 '조금박해' 중 한 명인 조응천 의원이다. 20일 국토교통위 경기도 국감의 사회를 맡았는데, 시종일관 국민의힘 의원들과 신경전을 벌여 관심을 끌었다.
조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소속인 이헌승 국토위원장을 대신해 위원장 직무 대리를 맡아 경기도청 국감 사회를 봤다. 직함은 '감사 반장'이었지만, 사실상 일일 위원장이 된 것. 상임위원장은 그날 상임위 회의 방향을 결정짓는다.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는 이슈를 다룰 경우 어느 당이 위원장을 맡는지가 중요하다.
이날 조 의원이 사회를 맡게 됐을 때만 해도 여야의 표정은 엇갈렸다. 야당은 조금박해의 일원인 만큼 엄정 중립을 지켜줄 것을, 여당은 자당 소속 의원인 만큼 민주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주길 기대했다.
조 의원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초시계를 들고 위원장석에 앉은 조 의원은 시종일관 이 후보와 의원들의 답변·질의 시간을 쟀다. 이 후보에게 "발언 시간을 정확히 재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조 의원이 이날 국감 분위기를 휘어잡은 건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개 인형을 꺼낼 때부터다. 송 의원은 양 가면을 씌운 개 인형을 갖고 질의에 나섰다. '양두구육'을 표현하기 위해 들고 온 소품인데, 이 후보가 겉과 속이 다르다는 점을 풍자하려는 취지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송 의원이 책상 위에 개 인형을 꺼내자 강하게 반발했다. 여야가 국감장에 다른 물건을 들고 들어오지 말자고 합의했는데, 송 의원이 이를 어겼다고 지적한 것이다.
조 의원은 질의를 시작하려는 송 의원을 향해 "마이크를 떼라"며 제지했다. 그러면서 "여야 간사 간 합의로 회의장 내 국감 분위기를 방해할 수 있는 물건을 갖고 오지 않도록 하지 않았냐"며 "인형 좀 제거해달라"고 요청했다. 송 의원이 버티자 인형을 위원장석으로 가져오라는 손짓을 계속했다.
국감이 진행될수록 조 의원과 야당 의원의 설전은 거칠어졌다. 송 의원이 "(이 후보에게) 야당 의원들 질의에 답변할 때 핵심적인 내용만 짧게 답변해줄 수 있도록 엄중이 요청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조 의원은 "제가 지금 기술적으로 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야당 의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작심한 듯 "눈이 삐딱하니까 삐딱하게 보이는 것이지 무슨 소리를 하느냐"며 "똑바로 하고 있지 않냐"고 맞받아쳤다.
조 의원은 야당의 계속된 지적에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후보가 질의가 끝난 뒤에도 답변을 계속하자 항의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과정에서 "사회자 마음대로 하느냐"고 따졌는데, 이를 들은 조 의원은 "사회자라니, 내가 뭐 MC입니까"라며 "지금 뭐 지역 행사하는 거냐"고 발끈했다.
이날 사회로 조 의원에 대한 여권 지지자들의 평가도 달라졌다. 조 의원은 조국 사태를 거치며 민주당을 향해 거침 없는 비판을 해온 탓에 여권 지지자들의 비판을 받곤 했다.
여권 지지 성향이 강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조 의원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조 의원의 카리스마를 다시 봤다"(e****), "조 의원 진행 너무 잘했다. 앞으로도 오늘처럼만 부탁드린다"(y**), "조응천이 웬일이냐, 이제 정말 민주당 의원으로 돌아온 건가"(전**)라고 반응했다.
그러나 야당은 "조 의원이 국감을 편파적으로 이끌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