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대 신부 "비열한 윤석열, 광주에 부정한 발걸음 말라" 울분

입력
2021.10.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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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과 사자명예훼손 재판 조영대 신부
"전두환이 인재 잘 등용했다? 세 살배기도 웃을 얘기"
"전두환, 재판 끝날 때까지 살아 있길"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을 고발해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조영대 프란치스코 신부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나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두환 옹호'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이 광주 방문과 사과 가능성을 거론하는 데 대해서는 "그 사람이 와서 고개를 숙인다고 사과를 받아들이겠느냐"며 "진정성 없이 정치적 욕심이나 이런 걸로 광주에 부정하고 부당한 발걸음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 지역 문제로 한정시키려는 비열한 말 가슴 아프다"



조 신부는 20일 오후 TBS 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에 출연, 윤 전 총장의 발언을 두고 "광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철권 독재를 저질렀던 전두환을 잘한 정치인이라고 옹호했다고 한다는 것(을 듣고)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5·18은 광주의 지역적인 문제가 아니다"라며 "(전두환은) 광주 학살을 통해서 부당하게 권력을 찬탈하고 그로부터 많은 권력을 부당하게 행사하면서 이 나라를 공포의 정치로 몰고 갔던 그런 사람"이라고 말했다. "전 국민들이 상처를 받은 것인데 광주의 문제로 한정시키려고 하는 그 말 자체도 너무나도 비열하고 너무나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전두환 정권이 인재를 잘 등용했다는 의도라는 윤 전 총장의 해명조차 조 신부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조 신부는 "전두환이 인재를 잘 등용했다는 말은 세 살배기도 웃을 이야기"라면서 "자신의 사악한 쿠데타의 부역자들을 인재랍시고 등용해서 전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갔던 전두환이가 인재를 잘 등용했다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또 "한 나라의 국민들을 지키고 보호하고 나라를 이끌어 갈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올바른 철학과 신념과 지혜와 지식을 가지고 등용하고, 등용한 사람들을 잘 리드해야 한다"며 "자기는 몰라도 된다, 자기가 등용한 사람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이런 세상의 망발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조 신부는 "대학생 때 나는 모의재판에서 전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는 윤 전 총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5·18 때 본인은 결국 그건 어디까지나 서울대에서 연극을 한 것이고 5·18 때는 강원도로 도망갔다고 하지 않는가"라며 "평생토록 광주의 아픔에 함께 동반한 적이 없고 광주 5·18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그런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전두환 측, 헬기 사격 명확한데 의미 없는 주장 계속해"



조 신부는 5·18 민주화 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로서,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폄하한 것을 두고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전 전 대통령을 고발했다. 광주지방법원은 1심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고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조 신부는 18일에 전 전 대통령 측이 내놓은 '3D 증거 자료'에 대해 "특별한 것도 아니고, 의미도 별로 없다"며 "우스운 난센스"라고 말했다. 그는 "(증거로 내놓은) 전일빌딩 탄흔들은 헬기 사격만이 아니라 다른 총기들에 의한 탄흔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는 것이 1심에 판시돼 있는 내용"이라면서 "또한 헬기 사격에 의해서만 가능한 탄흔들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헬기 사격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판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조 신부는 전 전 대통령이 죽기 전 "사과를 해 오기를 그렇게도 바랐지만 안타깝게도 사죄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이 급속히 나빠진 전 전 대통령의 모습을 두고 "지금 죽음의 그림자가 그에게 드리워 있음이 보인다"면서 "재판이 끝날 때까지는 건강하게 살아남아 있기를 기도해야 하는 아이로니컬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