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 사망률 1위’ 폐암, 면역 항암제 반응 예측 가능

입력
2021.10.19 18:52
0면

비소(非小)세포폐암 환자의 암 조직에서 정밀 유전체 분석을 통해 면역 항암제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환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치료 반응을 예측해 더 정밀한 면역 항암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혜련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박성용 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교수, 이인석ㆍ하상준 연세대 생명시스템대 교수 연구팀은 ‘상피세포 성장 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 폐암의 면역 항암제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면역세포 유전자 시그니처를 발견했다고 19일 밝혔다.

국내 암 사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폐암은 폐 자체에서 발생하거나 다른 장기에서 전이돼 발생한다. 폐 자체에서 발생하는 원발성 폐암일 때는 비소세포폐암과 소(小)세포폐암으로 구분되는데 비소세포폐암이 80%를 차지한다.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비소세포폐암 중 50% 정도에서 EGFR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된다. EGFR 돌연변이 폐암은 전체 폐암 환자에서 가장 빈번히 보이는 암이지만 지금까지 면역 항암제 치료에 대한 반응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면역 항암제는 기존 항암제보다 높은 반응률과 낮은 부작용을 보이고, 장기 생존율을 높여 표준 치료 요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치료 반응이 균일하지 않고 일부 환자에서만 좋은 반응을 보이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면역 항암제 반응이 환자마다 차이가 나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여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암 조직의 종양 미세 환경 내부에서 밝히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연구팀은 면역 항암제 반응이 환자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를 밝히기 위해 EGFR 돌연변이 폐암과 EGFR 야생형 폐암의 암 조직에 존재하는 면역세포를 세분화하고, 동적 변화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단일세포 전사체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EGFR 돌연변이 폐암 환자에서 항체를 생성하는 면역세포인 B세포와 세포성 면역을 매개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CD8 T세포(TRM), B세포가 항체를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CD4 T세포(TFH)가 감소했다.

또한 암 조직에서 유전체 상호 분석과 다중 면역 형광 염색 분석을 이용해 B세포, CD8 T세포, CD4 T세포 림프구가 서로 3차 림프계 구조(TFH-B-TRM 네트워크)로 국소적 상호 작용해 면역 반응을 증진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반면 특정 면역세포 간 네트워크로 형성된 3차 림프계 구조에서 형성 장애가 발생하면 면역 항암제 치료 반응이 낮았다.

연구팀은 EGFR 야생형 폐암에서 높게 나타난 유전자 시그니처를 이용해 실제 임상에서도 면역 항암제 치료를 받은 폐암 환자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했다. 검증 결과, 면역 항암제 치료를 받은 폐암 환자에서 유전자 시그니처가 치료 반응에 대한 높은 예측도를 보였다.

김혜련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발굴된 유전자 시그니처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면역 항암제 치료 반응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반응 예측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향후 암 환자에게 향상된 면역 항암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IF 14.919)’ 최신호에 게재됐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