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의 임금 떼였던 발전소... 아직도 중간착취 신음

입력
2021.10.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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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착취의 지옥도, 그 후]
<18>고 김용균씨 사망 이후 발전소 노동자
운전 분야 정규직 전환 약속 지켜지지 않아
여전히 용역업체에 노무비 절반 이상 떼여

고(故) 김용균씨의 사망 이후 발전소 용역업체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화, 그리고 임금 중간착취 방지 대책이 나왔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참담하다.

2019년 정부와 여당은 발전 5개사 하청업체에 소속된 연료ㆍ환경설비 운전분야 노동자를 정규직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용균씨가 일했던 분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언제 정규직화될지 기약도 없으며, 해당 분야 하청 노동자들은 여전히 중간착취에 시달린다.

발전노조 관계자는 “원청인 발전 5사에서 용역 노동자 1인당 노무비로 한 해 6,177만 원을 지급하는데, (고 김용균씨와 같은) 연료ㆍ환경설비 운전분야 용역 직원들의 연봉은 2,800만~3,000만 원 초반(세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인건비 중 절반 이상을 여전히 용역업체가 중간착취 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김용균 사건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의 권고 후 발전 5개사와 발전소 시설을 정비하는 경상정비 하청업체 8곳은 노무비 전용 계좌를 이용해 노동자에게 임금을 직접 주는 ‘적정노무비 지급 시범사업’을 지난해 1월부터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발전소의 경상정비 하청업체 중 유일한 공기업인 한전KPS는 제외됐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전체대표자회의 간사는 “시범사업 협약을 맺던 당시에는 ‘공기업은 (임금 지급 등을) 잘하고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가 있어 한전KPS가 빠졌다”고 설명했다.

공기업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무색하게, 서부발전이 내려준 1인당 연 1억여 원의 인건비 중 한전KPS는 7,100만 원만 2차 하청에 내려준다. 2차 하청을 받은 용역업체에서 한 번 더 떼면서 결국 노동자에겐 평균 4,900만 원가량만 지급된다. 현장 노동자는 “노무비 시범사업이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2019년 8월 발표한 특조위 최종 보고서를 보면, 발전소 용역업체들은 원청인 발전소로부터 지급받은 인건비의 47~61%만 노동자에게 지급한 것으로 추정됐다. 39~52%를 업체가 중간에서 가로챈 것이다.

특히 경상정비 분야는 노무비 착복이 더욱 심해 노동자를 두 가지 업무(경상정비, 계획예방정비공사)에 투입해 원청으로부터 각각의 공사비를 받고는, 노동자에겐 한 가지 업무에 대한 임금만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중 착취하기도 했다. 이에 계획예방정비공사의 인건비 지급률은 3~25%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됐다. 많게는 97%를 업체가 중간착취한 것이다.



남보라 기자
박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