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이 후보는 ‘대장동 대출 수사 봐주기’ 의혹을 제기하며 "윤 전 총장 구속 수사"를 요구했고, 윤 전 총장은 경기 성남시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걸어 “이재명 패밀리의 배임 행각이 상습적”이라고 직격했다.
여야 '빅2' 대권주자인 두 사람이 1대 1로 싸우는 것이 선거공학의 정석은 아니다. '여당 대선후보' 자리에 먼저 오른 이 후보의 '윤석열 때리기'는 윤 전 총장을 '키워 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최종 라운드를 앞둔 윤 전 총장이 당장 꺾어야 할 상대는 이 후보보단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다.
둘은 왜 맞붙기로 한 걸까. 말하자면, '적대적 공생 전략'이다.
이 후보는 17일 윤 전 총장에게 대장동 공격을 퍼부었다. 페이스북에서 “(2011년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주임검사로서 명백한 대출비리 사건이 왜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는지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윤 전 총장이 중수2과장으로서 대장동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건을 눈감아 줬고, 결국 토건비리 세력이 대장동 사업에서 막대한 이익을 내는 '구멍'이 생겼다는 게 이 후보의 주장이다. 이 후보는 16일에도 “구속될 사람은 윤석열”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지난 15일엔 윤 전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가 정당했다는 1심 판결을 거론하며 “검찰총장일 때 피해자 코스프레로 문재인 정부에 저항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대선 출마 명분을 축적했다”며 “친일파가 신분을 위장해 독립군 행세를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1일 1윤석열 때리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윤 전 총장도 직접 나섰다. 그는 성남시 백현동·백현유원지 개발 관련 특혜 의혹을 걸어 “‘이재명 패밀리’가 저지른 상습 배임 행위는 국민 약탈, 국민 배신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또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누구는 국정원장을, 누구는 국토부 장관을 시켜서 다 해 먹으려 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15일엔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물인 김만배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을 언급하며 “이재명 면죄부 수사,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대장동 사태와 대선후보 경선 내홍 등으로 적잖이 흔들리고 있다. 이에 윤 전 총장에 대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집안 단속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17일 “이 후보처럼 윤 전 총장도 부인과 장모가 연루된 도덕성 의혹이 많다”며 “윤 전 총장과 맞붙으면 이 후보의 '도덕성 리스크'가 상쇄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윤석열 때리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홍준표 의원이 이 후보를 겨냥해 “감옥으로 가야 할 사람”이라고 맹공을 퍼부어도 이 후보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윤 전 총장에게도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가 유리하다. '이재명 대항마' 이미지를 굳힐 수 있고, 무속에 의존한다는 의혹이나 ‘당 해체’ 발언 논란 등에 쏠린 보수 유권자들의 관심을 밖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이 최근 일주일간 페이스북에 올린 글 11개 중 8개가 이 후보를 조준한 것이었다.
윤 전 총장 역시 홍 의원을 무시하고 있다. “부인 김건희씨의 증권계좌 거래내역을 공개하라”는 홍 의원 측 요구에 윤 전 총장 측은 대꾸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