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년간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 결과를 분석한 결과, ‘세습 정치인’의 당선 비율이 8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선거는 ‘지반(地盤)’ ‘간판(看板)’ ‘가방’ 등 ‘3개의 반(バン)’이 좌우한다”는 말이 데이터로 입증된 것이다. 지반은 후원회 등 조직, 간판은 지명도, 가방은 자금력을 말하는데, 세습 정치인은 부모로부터 ‘3반’을 물려받을 수 있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총무성 자료 등을 기초로 1996년 이후 실시된 중의원 선거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7일 보도했다. 부모나 3촌 이내 친척에 국회의원 경험자가 있고, 그들로부터 지역기반 일부나 전부를 인계받은 사람을 ‘세습 후보’로 정의한 결과, 전체 후보자의 13%가 세습 후보로 집계됐다. 이들의 당선 확률은 지역구에서 떨어졌지만 비례대표로 부활한 경우까지 포함해 80%에 달했다. 반면 나머지 87%의 비세습 후보 승률은 30%에 그쳤다.
세습 후보들은 조직뿐 아니라 ‘간판’, 즉 인지도도 물려받는다. 선대에서 의원을 오래 해 정부나 정당에서 주요 보직을 맡으면 인지도가 높아지고 이 점도 승계되는 셈이다. 니혼게이자이의 분석 결과, 정치 신인의 승률은 14%지만 한번 당선된 뒤 재선 도전 때는 승률이 60% 이상으로 급상승했다. 5선 이상이 되면 80%가 넘는다. 주목할 점은 여기서도 세습 후보와 비세습 후보의 차이가 있다. 세습 후보는 신인이라도 이미 후광효과로 인지도를 얻고 있어 무려 60%가 당선된다.
이달 4일 취임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 역시 3대째 중의원 의원으로, 선친이 타계한 후 같은 선거구에서 1993년 35세에 첫 출마해 당선됐다. 아베 신타로 전 외무장관의 아들이자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외손자인 아베 신조 전 총리, 고노 요헤이 전 중의원 의장의 아들인 고노 다로 전 행정개혁장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장관 등 유명 정치인들은 세습 의원이 많다.
한편 자금력을 뜻하는 ‘가방’의 영향력도 입증됐다. 후보자별로 유권자 1인당 지출액을 산출한 결과, 0~10엔인 후보자의 승률은 4%지만 10~20엔은 35%, 20~30엔은 57%, 30~40엔은 62%로 점차 높아졌다. 신문은 “다양한 인재가 정치권에 새롭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이 없다면 정치는 달라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