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인종 차별, 여성 혐오와 성희롱, 성소수자 비하…’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백인 상층부의 민낯과 위선이 차례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NFL의 유명 감독이 2011년부터 7년간 NFL의 한 구단주, 사업가 친구들과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이 폭로되면서다. ‘백인 이성애자 남성들’의 비열했던 뒷담화 문화가 지탄을 받고 있다.
파문의 주인공은 존 그루덴(58) 전 라스베이거스 레이더스 감독. 2002년 탬파베이 버커니어스 감독 부임 첫해 39세 나이로 슈퍼볼 우승을 이끌며 파란을 일으켰다. 감독 해임 후 미 ESPN 방송 해설가로도 얼굴을 알렸던 그는 2018년 다시 감독으로 복귀해 올해 팀을 지역 1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의 이메일 폭로, 그의 사실 부인, 12일 뉴욕타임스(NYT)의 추가 폭로 끝에 불명예퇴진을 하게 됐다.
그는 브루스 알렌 전 워싱턴 풋볼팀 회장, 미국의 선정적 레스토랑 후터스의 공동 창업자인 에드워드 드로스트 등과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흑인, 여성, 성소수자를 직접 비난한 전력이 드러났다. 그들을 비하하는 용어로 주변 사람들을 깎아내렸던 사실도 확인됐다.
그는 이메일에서 NFL 선수노조 전무였던 흑인 디마우리스 스미스의 외모를 비하하고, 인종 차별에 항의하며 경기 전 미국 국가 연주 때 무릎을 꿇었던 선수를 방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원주민 비하 용어로 논란이 됐던 ‘워싱턴 레드스킨스’라는 이름을 두고도 변화 수용을 거부하는 쪽에 섰다.
성소수자 비하도 심각했다. 그는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NFL 선수 마이클 샘 선발을 비아냥거렸다. NFL 커미셔너를 비롯해 구단주, 코치, 취재진 등을 동성애 혐오 언어를 사용해 비난한 대목도 드러났다고 NYT는 전했다. 또 성전환수술을 한 케이틀린 제너를 조롱하기도 했다.
드로스트가 NFL 여성 심판 관련 성차별 ‘밈’을 공유하자 그루덴은 호응했고 여성 비하를 일삼은 일도 확인됐다. “주고받은 이메일에는 비키니 하의만 입은 여성들의 사진이 있었고, 두 명의 워싱턴 풋볼팀 치어리더 사진도 포함돼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심지어 2012년 대선 재선에 나섰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난하고,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에 대해선 ‘신경질적이고 얼빠진 계집애’라는 비하 표현을 쓰기도 했다.
NYT는 “그 이메일들은 백인 남성 의사결정권자들이 포르노 이미지를 공유하고, 리그 정책을 비웃고, 농담으로 동성애 혐오 언어를 공유하는 일을 편안하게 느끼게 하는 NFL 동료 집단의 클럽 문화를 숨김없이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라고 지적했다.